김정길 회장“장관이 체육회장 임명 시대 거스른 중앙집권”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중앙의 권력을 지방에 나눠 주는 민주화 시대에 현 정부는 군사정권 시대에도 없었던 중앙집권화를 꾀하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돕기 위해 쿠웨이트를 찾은 김정길(사진)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16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한체육회를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시대를 거스른 작태라는 것.

김 회장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직접 대한체육회장을 임명하면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체육회 같은 공공기관은 정치 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나와 있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정치적 중립’에 위배돼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는 것.

김 회장은 “최근 열린 체육회 이사회에서도 체육인의 사활을 걸고 대한체육회의 준정부기관 지정은 절대 불가하며 기타 공공기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문화부가 체육회가 공공기관의 성격임을 방기했거나 의도적으로 모른 척한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인천이 뉴델리에 비해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에 다소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의 스포츠 약소국 지원 프로그램이 스포츠 후진국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란다르 싱 OCA 사무총장과 만나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는 인천, 2018년은 인도가 각각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미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에 일본과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유치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인도가 2018년 대회를 유치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 뉴델리 유치위도 2014년에 다걸기(올인)를 선언한 상태.

김 회장은 인천이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더라도 평창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경기는 아시아지역 NOC 위원이, 올림픽은 IOC 위원이 결정 주체여서 논의 대상이 다르다는 것.

“러시아(모스크바)는 2011년 대구에 이어 201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했고 오스트리아는 동계올림픽을 이미 두 번이나 개최한 나라다. 이 때문에 IOC 실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평창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김 회장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그해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하면 한국의 스포츠 외교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쿠웨이트시티=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