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 대구 개최]“250만명의 승리” 축제의 밤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이렇게 기쁠 수가” 27일 밤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 집행이사회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가 대구로 확정되자 대구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여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막대풍선을 두드리고 꽹과리를 치며 기쁨의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박영대 기자
“이렇게 기쁠 수가” 27일 밤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 집행이사회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가 대구로 확정되자 대구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여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막대풍선을 두드리고 꽹과리를 치며 기쁨의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박영대 기자
“세계육상, 대구 유치. 와∼, 드디어 해냈다. 대구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확정된 27일 밤 달구벌 밤하늘에 ‘환희에 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 대회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여 거리응원을 벌이던 시민 2000여 명은 오후 8시 56분경 공원에 마련된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된 대회 개최지 발표를 지켜보던 중 ‘대구가 2011년 대회 개최지로 확정됐다’는 자막이 떠오르자 일제히 “대구 OK”라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시민들은 “선조들의 나라 사랑 정신이 깃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대회 유치를 기원하는 거리 응원전을 벌였는데 시민들의 정성과 염원이 멀리 아프리카 케냐에까지 닿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부근 도로와 대구 도심을 달리던 승용차들은 대회유치가 발표되자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축하했다. 이날 공원에서는 록밴드와 사물놀이패의 공연이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대구 시내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도 대회 개최지가 확정되는 순간 “와∼”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가족과 함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개최지 확정 발표 순간을 TV로 지켜봤다는 박용배(44·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실사단 평가 때 대구의 선정 가능성을 느끼고 기대를 했었다”며 “앞으로 4년 동안 꼼꼼히 준비해서 대구가 국제도시로 껑충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운전 경력 34년째라는 강언술(63·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시민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낳아 참 기쁘다”며 “대회가 열리면 대구의 택시 2만 대가 모두 대회에 참가한 선수와 관광객을 최고의 손님으로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기업인들은 이번 쾌거가 침체된 대구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크게 반겼다.

대성그룹 김영훈(대구육상경기연맹 회장) 회장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성공은 대구시민들에게 주어진 값진 선물”이라며 “시민들이 다시 한 번 단합해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지역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 홍철 원장은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게 된 것은 대구와 경북의 자존심을 살리는 감격스러운 일”이라며 “가라앉은 대구경북의 분위기를 바꿔 새로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날 ‘대구 확정’ 소식에 누구보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람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위 관계자들이다.

대구시는 발표 하루 전인 26일 ‘2011년 대회 개최지로 러시아 모스크바가 유력하고 대구는 2013년 대회 개최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현지에서 흘러나오자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구가 2013년 개최지가 되면 2011년 대회 유치에 대비해 세운 선수촌 및 미디어촌 건립 계획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기 때문.

대구시는 당초 동구 율하동 율하택지개발지구에 3500여 명 수용 규모의 선수촌과 2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디어촌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선수촌과 아파트 등은 2011년 상반기 완공돼 대회 때 활용된 뒤 같은 해 10월경 일반인들이 입주할 계획이었다. 이 선수촌과 미디어촌 건립 예정지는 금호강변에 자리 잡아 경관이 뛰어난 데다 주경기장(대구월드컵경기장)과 거리가 가까워 최상의 조건을 갖춘 입지. 대구유치위 관계자는 “만약 대구가 2013년 대회개최지가 되면 사업 일정 자체가 늦어져 후보지와 사업대상자를 다시 선정하는 등 선수촌 건립 계획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3년 대회 개최지가 됐더라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는 정부와 평창군의 ‘차가운’ 눈길도 대구시에 부담스러웠을 대목이다.

시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201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했다면 1년 뒤인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앙정부와 평창군에 상당한 악재(惡材)가 됐을 것”이라며 “2011년 대회를 유치하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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