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속공조련사 ‘쑈빠’를 아십니까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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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SS미디어 김경수
사진 제공=SS미디어 김경수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득점 선두인 브라질 용병 보비의 가세가 두드러지지만 다른 팀도 그에 견줄 만한 파괴력을 갖춘 용병을 보유하고 있다.

진짜 비밀은 바로 벤치에 있다. 대한항공 벤치에는 영화배우 율 브리너처럼 강렬한 대머리 외국인이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다. 아지우손 갈라시 잠붕(46·브라질·사진) 코치. 지난 시즌 브라질리그 시메두 클럽 코치로 보비와 함께 소속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끈 뒤 보비의 소개로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30세까지 세터로 이름을 날린 그는 브라질 프로팀 코치와 이탈리아 여자프로팀 감독 등을 지냈다.

○ 현역시절 명세터… 보비 소개로 합류

대한항공 선수들은 그를 ‘쑈빠’라고 부른다. 쑈빠는 ‘빨아들인다(chupal)’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에서 파생된 애칭. 배구를 처음 시작할 때 치아교정기 사이로 계속 침을 삼키는 버릇을 보고 한 코치가 지어 줬단다. 어릴 적 별명을 중년의 나이에 선수들이 불러도 언짢지 않단 말인가? 대답은 “뭐 어때서(Why not)”로 돌아왔다. 자기 이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쑈빠가 좋단다.

○ 짧고 빠른 토스 집중훈련… 공격 배구 이끌어

개방적인 그는 지도 방식도 시원스럽다. 그가 공을 들이는 선수는 현역 때 자신의 포지션인 세터 김영래(26). 그가 지난해 10월 한국에 오자마자 문용관 감독에게 주문한 것은 “김영래에게 달리기를 강요하지 말라”는 것. “세터가 축구의 미드필더도 아니고 볼 배급만 잘하면 됐지 쓸데없이 왜 오래 달리기를 매일 하느냐”고 반문했다.

대신 김영래에게는 보통 배구공(260∼280g)과 크기는 같지만 무게는 3배나 되는 배구공을 매일 500개 이상 빠르고 낮게 토스하는 연습이 과제로 떨어졌다. 속공 능력을 키우자는 것.

사실 과거 대한항공은 A속공(세터의 가까이에서 이뤄지는 공격)이 아예 없다시피 한 팀이었다. 지난 2시즌 연속 6개팀 중 A속공 꼴찌를 기록했다. 올 시즌 약간 상황이 호전돼 성공률 4위에 성공 횟수 5위, 여기에 네트 좌우로 길게 갈라 주는 C속공(세터가 네트 끝까지 공을 토스해 레프트와 라이트에서 이뤄지는 공격)은 성공 횟수 4위에서 2위로 급상승했다. 물론 김영래의 짧고 빠르게 변한 토스 덕분이다.

속공 습득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4일 지난 시즌 속공 1위 팀 현대캐피탈과 맞붙어 속공을 22개(A속공 6개, C속공 16개) 성공시켜 현대캐피탈의 23개(A속공 7개, C속공 16개)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러자 현역시절 국가대표 센터로 A속공의 명수로 이름을 날린 문 감독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똘똘한 세터 한 명만 있었으면…”이라는 말을 잊어버렸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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