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마라톤 올해도 케냐 독주곡… 161개 대회중 66개 우승

  • 입력 2006년 12월 25일 03시 00분


4월 열린 제110회 보스턴마라톤 남자부에서 우승한 케냐의 로버트 체루이요트. 동아일보 자료 사진
4월 열린 제110회 보스턴마라톤 남자부에서 우승한 케냐의 로버트 체루이요트.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6년 세계 남자 마라톤 무대는 ‘케냐 세상’이었다.

세계 5대 마라톤(보스턴 런던 베를린 시카고 뉴욕) 남자부의 경우 뉴욕과 베를린을 제외하고 3개 대회를 케냐 선수들이 정복했다. 세계마라톤·도로경주협회(AIMS)에 따르면 올해 풀코스 총 161개 대회 중 66개를 케냐 선수들이 휩쓸어 무려 41%나 됐다. 특히 상위 10위권까지 따지면 약 50∼60%를 케냐 선수들이 휩쓸고 있다.

4월 열린 제110회 보스턴마라톤. 남자부에서 케냐의 로버트 체루이요트(27)는 2시간 7분 14초를 기록해 1995년 코스마스 은데티(케냐)가 세운 대회기록(2시간 7분 15초)을 1초 앞당겨 큰 관심을 모았다.

보스턴 코스는 초반에 내리막, 후반에 오르막으로 돼 있어 페이스를 유지하기 쉽지 않고 ‘상심의 언덕(heartbreak hill)’ 등 마라토너들을 지옥으로 이끄는 언덕이 이어져 기록 단축이 쉽지 않은 곳이다. 케냐 선수들은 이런 지옥의 코스에서 1991년부터 10연패를 포함해 올해까지 14번 정상에 올랐다.

체루이요트는 10월 열린 시카고마라톤에서도 2시간 7분 35초로 케냐 동료 대니얼 은젱가(2시간 7분 40초)를 제치고 우승해 메이저 2관왕에 올랐다.

4월 열린 런던마라톤에서도 케냐의 펠릭스 리모(26)가 2시간 6분 39초를 기록하면서 역시 케냐 동료인 마틴 렐(2시간 6분 41초)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올 런던마라톤에서 세계기록(2시간 4분 55초)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봤던 ‘트랙의 신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3·에티오피아)가 9월 열린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 5분 56초란 역대 7위 기록으로 우승했다. 트랙 1만 m의 최강자인 게브르셀라시에는 마라톤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을 보여줘 지구 촌을 놀라게 했다.

여자부에서는 케냐의 리타 옙투(25)가 2시간 23분 38초로 보스턴을 정복한 게 유일한 케냐의 메이저 정복이다. 한편 2006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7회 동아마라톤 여자부에서 우승한 저우춘슈(중국·2시간 19분 51초)는 런던마라톤에서 우승한 디나 캐스터(미국·2시간 19분 36초)에 이어 올 시즌 세계 랭킹 2위에 올라 관심을 끌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케냐마라톤 왜 강한가▼

해발 평균 1600m의 고원 지대. 연평균 기온 17.9도. ‘천혜의 환경’에서 1년 365일 뛰어다니는 케냐 사람들. 케냐가 세계 마라톤을 주름잡을 수 있는 배경이다.

스포츠과학에 따르면 고지대에서 생활하면 심폐 기능이 향상돼 최대 산소 섭취량이 높아진다. 마라톤에서 산소 섭취량은 지구력의 필수 요소.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은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내 헤모글로빈을 증가시키기 위해 산소가 희박한 해발 2000m 안팎의 고지대에서 훈련을 한다. 케냐 선수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좋은 심폐 기능을 만드는 환경에서 자라는 셈이다. 케냐의 유명 선수들은 해발 2000m 고원지대인 엘도레트 시에 사는 켈렌진족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런 환경 때문에 세계 각국 선수들이 케냐에 마라톤캠프를 차려 놓고 있다.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대회에 2003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참가한 케냐의 음바라크 후세인(40)은 “케냐엔 수많은 마라톤캠프가 있고 100여 개 매니지먼트사가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케냐에서는 마라톤에서의 성공이 곧 경제적인 성공을 의미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마라토너가 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케냐 선수들은 타고난 심폐 기능 및 신체조건 덕분에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다고.

2005년 기준으로 케냐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100달러(약 100만 원). 실업률은 40%가 넘는다. 국제 유명 마라톤대회의 우승 상금은 보통 8만 달러(약 7400만 원)에 이른다. 케냐의 젊은이들이 마라톤에 매진하는 데에는 이런 상금도 큰 자극제. 서울국제마라톤에도 매년 케냐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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