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히말라야 원정 끝낸 오은선씨 “산이 자꾸 오라 하네요”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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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산악인 오은선(40·영원무역·수원대 산악부 OB·사진) 씨.

그는 지난달 14일 히말라야 시샤팡마(해발 8027m)를 무산소로 오른 뒤 곧바로 이동해 이달 2일 초오유(8201m)도 무산소로 도전했으나 불과 100m를 앞두고 기상 악화로 아쉽게도 발길을 돌렸다.

시샤팡마에 도전할 땐 떨어지는 얼음덩어리에 맞아 왼쪽 갈비뼈 2대가 부러지고 1대가 금이 가는 부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 씨는 이를 악물고 정상에 섰다. 가히 ‘철의 여인’이라 할 만하다.

23일 불쑥 나타난 그는 “어휴, 속 타, 시원한 물 한 잔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2004년 5월 에베레스트(8850m) 정상을 홀로 오른 뒤 하산길에서 혼절 직전까지 갔던 그는 “기력을 회복하는 데 그만”이라며 어딜 가나 따뜻한 중국 보이차가 담긴 보온병을 들고 다니며 홀짝홀짝 마셨다. 그런데 이날은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정말 힘드네요, 산에 오르는 것은 나만 잘하면 되는데 원정대를 꾸리려니 협찬 구하기도 힘들고 대원 섭외도 만만치 않네요.”

9일 귀국한 오 씨는 또다시 고산으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당장 30일 인도네시아 영토인 뉴기니 섬 서쪽에 자리잡은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4884m)에 도전한다.

그는 1월 31일 동계 훈련 중 부러졌던 다리에서 철심을 빼내자마자 칼스텐츠로 떠났지만 반군이 출몰한다는 이유로 입산이 금지되는 바람에 산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거 참 칼스텐츠하곤 악연이에요, 빨리 끝내야지 속이 후련하지….”

칼스텐츠 원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오 씨는 귀국하자마자 사흘 뒤인 12월 18일 히말라야로 날아간다. 에베레스트 남쪽에 있는 ‘히말라야의 보석’ 아마다블람(6812m)에 후배 여성 산악인 4명을 이끌고 도전하는 것. 이 여성 등반대의 원정대장과 등반대장은 모두 그의 몫. “뛰어난 여자 후배가 참 많은데 히말라야를 경험할 기회가 없어요, 자꾸 접해 봐야 도전의식도 생기잖아요.”

문제는 9000여만 원이나 되는 원정경비. 소속사인 영원무역과 LIG손해보험 등에서 지원을 약속했지만 아직도 4000여만 원이 부족하다.

“집을 팔든 뭘 하든 반드시 갈 거예요”라고 ‘고집(?)을 피우는 오 씨는 “이번 원정을 잘해서 다음엔 브로드피크(8047m)와 K2(8611m)에도 여성 등반대로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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