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암-황성인 “꼴찌탈출” 의기투합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황성인(오른쪽)과 함께한 최희암 감독.
황성인(오른쪽)과 함께한 최희암 감독.
프로농구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은 연세대 사령탑 시절 독종이었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을 마다하지 않았고 강한 얼차려도 따랐다. 고된 훈련으로 숙소를 탈출하는 ‘도망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도 유독 대학 4년 동안 최 감독에게 이렇다 할 꾸중 한 번 듣지 않고 졸업한 선수가 바로 전자랜드 가드 황성인.

황성인은 대전고 졸업반 때 일찌감치 모 대학에 스카우트된 상태였으나 최 감독이 있는 연세대에 가야 한다며 가출 소동까지 피운 끝에 자신의 뜻을 이뤘다. 연세대 시절 성실한 태도와 영리한 머리를 지녀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는 게 최 감독의 회고. 연세대를 대학 최강으로 이끈 황성인은 프로 신인 때인 2000년 SK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 됐다.

그런 최 감독과 황성인이 19일 개막되는 올 시즌에 1999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한솥밥을 먹고 있다. LG에서 방황하던 황성인을 최 감독이 부른 것이다.

최 감독과 황성인은 최근 둘 다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다. 최 감독은 2003년 말 모비스에서 자진 사퇴 후 ‘야인생활’을 거쳐 새로 지휘봉을 잡았고 황성인 역시 SK 우승 후 곧장 군에 입대한 뒤 4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 시즌엔 후보를 전전했다.

이래저래 얽힌 각별한 사제관계인 이들은 지난 시즌 꼴찌였던 전자랜드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최 감독과 황성인이 의기투합하며 힘을 합친 전자랜드는 11일 시범경기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 삼성에 1점차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최 감독은 “성인이가 공격 욕심을 내다 보니 실책이 많아졌다. 대학생 때처럼 성실해진다면 많은 걸 기대할 수 있다. 몇 달 만에 달라졌다”고 칭찬했다.

황성인은 “누구보다 잘 아는 최 감독님이 불러 주신 만큼 새 출발하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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