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개막을 앞두고 ‘30년 발언’ 파문을 일으켰던 일본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33·시애틀). 그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내 야구 인생에 가장 굴욕적인 날”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치로가 누구인가. 2001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 통산 타율 0.332에 2004년 262개의 안타를 날려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슈퍼스타.
일본 야구의 아이콘이던 그가 일본의 심장 도쿄와 야구 종주국 미국 본토에서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인 것이다. 천하의 이치로도 자신의 발언이 결국 날이 선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날 한국과의 두 번째 일전에서 일본의 선두 타자이자 우익수로 나선 이치로의 얼굴은 시종 굳고 화가 난 듯한 독한 표정이었다.
감정 표현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이치로가 이날만큼은 여러 차례 신경질적인 표정을 보였고 이는 그대로 TV 카메라에 클로즈업으로 잡혀 전 세계의 안방으로 전달됐다.
이치로는 1회 첫 타석에서 한국의 첫 메이저리거인 박찬호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후속 타자들의 범타로 2루를 밟는 데 그쳤다. 3회에는 박찬호의 바깥쪽 낮은 변화구에 몸을 크게 휘청거리며 헛스윙 삼진아웃되는 수모를 당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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