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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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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22) 씨가 처음으로 동반주자(페이스메이커) 없이 혼자서 마라톤을 완주했다.
배 씨는 6일 서울 한강둔치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마라톤대회 하프코스(21.0975km)에서 페이스메이커의 도움 없이 1시간 50분 53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에 골인했다. 정신지체장애 2급이면서 자폐증까지 갖고 있는 배 씨의 지능지수는 5세 수준. 아무래도 코스방향에 서투를 수밖에 없어 2001년 첫 풀코스 도전 이래 줄곧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뛰었다.
배 씨는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 박미경(46) 씨로부터 완주 메달을 건네받고 “엄마,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박 씨는 “형진이가 최근 영화 시사회 등 여러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늘 즐기면서 달리라고 말해 줬는데 오늘 보니 즐기는 게 뭔지 아는 것 같아 너무 기쁘다”라며 흐뭇해 했다.
배 씨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탈피해 세상과 조금씩 만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그린 것이 영화 ‘말아톤’. 배 씨는 레이스를 마친 뒤 그를 알아보는 팬들을 위해 사인회도 가졌다.
박 씨는 “요즘 형진이를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는데 형진이가 바뀐 환경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표정. 사람들을 만나며 더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힘겨워 한다는 것. 이날 사인회도 배 씨가 1시간쯤 하다가 힘들다며 못하겠다고 해 박 씨가 대신해야 했다.
2003년 11월 악기부품회사에 취직한 뒤 한동안 달리기를 중단했던 배 씨는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과 함께 최근 양재마라톤클럽에 복귀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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