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마라톤 이봉주 ‘金따기 식이요법’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44분


코멘트
대망의 레이스를 앞두고 죽과 자장면 등 탄수화물 위주의 식이요법에 들어간 이봉주.-동아일보 자료사진
대망의 레이스를 앞두고 죽과 자장면 등 탄수화물 위주의 식이요법에 들어간 이봉주.-동아일보 자료사진
‘봉달이’ 이봉주(34·삼성전자)는 25일 저녁 죽만 먹었다. 26일부터는 찹쌀밥 위주의 식사, 27일엔 자장면을 먹는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와 영양이 가득한 것만 먹어도 모자랄 판인데 웬 죽과 자장면? 바로 ‘지옥의 식이요법’ 때문이다.

그는 23일부터 6끼를 고기와 물만 먹었다. 이번이 풀코스 33번째 도전(31번 완주).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식이요법은 늘 ‘죽을 맛’이다. 최상급 쇠고기를 구해 먹어도 나중엔 고무줄을 씹는 느낌. 여기에 훈련은 훈련대로 해야 하니 신경이 바늘 끝처럼 날카롭다.

다른 때는 8끼 내내 먹어야 했던 고기가 이번엔 6끼로 줄었다. 아테네 날씨가 너무 더워 자칫 탈진할 수도 있기 때문. 이봉주는 자장면만 기다리고 있다. 자장면을 먹는 것은 입맛을 돋워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오인환 감독(45·삼성전자)은 “밀가루로 만든 자장면은 탄수화물이 많아 식이요법 식단으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이봉주와 함께 마라톤 경기에 출전하는 ‘차세대 주자’ 지영준(23·코오롱)의 식이요법도 이봉주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기를 두 끼 더 먹었다는 정도. 지영준은 이번이 풀코스 도전 6번째. 이봉주보다 식이요법 경험이 적은 데다 식욕이 왕성한 나이라 고통이 더 크다.

이봉주와 지영준은 한때 코오롱 소속으로 고 정봉수 감독 아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정 감독은 식이요법을 한국에 처음 소개했다.

인체는 몸 안에 부족한 게 생기면 다음에 더 많이 저장하려는 본능(보상기전)이 있다. 식이요법은 이를 이용한 것. 보통 3일 동안 쇠고기와 물만 먹어 근육 내 글리코겐이 완전히 빠져 나가게 한 뒤 나머지 3일간 탄수화물을 집중 섭취해 글리코겐을 최대한 축적하는 방법을 쓴다.

이봉주와 지영준은 30일 0시 남자 마라톤 월계관에 도전한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