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이라크 홍일점 “난 행복한 꼴찌”

  • 입력 2004년 8월 21일 0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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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하는 총성 속에 힘차게 출발했지만 금세 뒤로 처졌다.

어느새 선두와는 10m 넘게 차이가 났다. 그래도 힘차게 달리고 또 달렸다. 결승선을 통과한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비쳤다.

이라크 여자선수로는 유일하게 2004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알라 자심(19·사진). 그는 20일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여자 100m 7조 예선에 출전했지만 12초70의 기록으로 8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꼴찌를 했다. 1위(11초14)를 차지한 비다 아님(가나)과는 1초 이상 차이가 나며 자신의 최고기록(12초05)에도 못 미쳤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자심은 “올림픽에 출전해 너무 행복하다. 이라크에 새로운 희망을 향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학기부터 바그다드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할 계획인 자심은 이날 평범한 안경을 끼고 허름한 유니폼 차림으로 스타팅 블록에 나섰다. 폭탄이 터지고 시가전이 펼쳐지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상적인 훈련이 어려운 상황. 한 달에 68달러밖에 안 되는 지원금으로 다 해진 운동화를 신고 먼지가 풀풀 나는 훈련장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유명한 선수들 사이에 끼여 조금 떨렸다. 좋은 경험이 됐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다시 도전하겠다.”

아름다운 꼴찌의 당당한 다짐이었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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