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과학을 정복한 자 경기를 지배하리

  • 입력 2004년 8월 11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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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형 200m 세계기록(1분44초06) 보유자인 ‘인간어뢰’ 이언 소프(호주)의 전신수영복. 아디다스는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소프를 위해 비행기운동역학을 이용해 저항을 최소화한 새 전신수영복을 선보였다. 아래는 아식스가 평발에다 짝발인 이봉주를 위해 새로 개발한 아테네 클래스코스용 운동화. 사진제공 아디다스·아식스
자유형 200m 세계기록(1분44초06) 보유자인 ‘인간어뢰’ 이언 소프(호주)의 전신수영복. 아디다스는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소프를 위해 비행기운동역학을 이용해 저항을 최소화한 새 전신수영복을 선보였다. 아래는 아식스가 평발에다 짝발인 이봉주를 위해 새로 개발한 아테네 클래스코스용 운동화. 사진제공 아디다스·아식스
이제 첨단과학이 빠진 스포츠는 상상할 수 없는 시대. 0.001초를 앞당기는 데는 선수들의 노력 못지않게 스포츠 과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벌이는 ‘기록 단축 및 향상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2004아테네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세계 유명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최첨단 과학을 접목해 만든 각종 용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선보일 스포츠 첨단과학을 알아본다.

●공기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한다

수중과학의 꽃인 ‘전신수영복’이 최대 관심거리. 2000시드니올림픽 때 ‘바다의 스프린터’ 상어에서 따온 전신수영복을 입은 이언 소프(호주)가 3관왕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던 용품.

아디다스는 이번에도 소프를 위해 비행기의 원리를 응용한 ‘제트콘셉트’를 만들었다. 비행기 운동역학을 이용한 것으로 비행기의 동체와 날개에 있는 기다란 홈을 본떠 만든 패널이 겨드랑이 밑에서부터 허리까지 이어져 엉덩이를 덮는다. 이를 통해 물이 수영선수의 등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기 때문에 저항이 줄어들고 유선형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안정성까지 높아졌다. 경기력을 3% 향상시켰다는 평가.

‘인간 탄환’의 대결 남자 100m. 나이키는 2000년 호주 원주민 출신 육상 선수 캐시 프리먼이 머리까지 뒤덮게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던 전신속도복 ‘스위프트 수트’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공기역학을 이용해 질주 시 최대 초속13m로 몸에 닿는 공기를 잘 빠져나가게 만들었다. 입은 듯 안 입은 듯, 그러나 입고 달리면 뚜렷이 다른, 과학의 산물이다. 미국의 저스틴 게이틀린이 이 옷을 입고 ‘트랙 반란’을 꿈꾼다.

전 세계기록(9초79) 보유자 모리스 그린(미국)은 아디다스가 4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육상 전신속도복 ‘포모션’을 입고 뛴다. 포모션도 3차원 입체 재봉을 통해 몸에 착 달라붙어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감소시킨 제품.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신발.

마라톤화는 과학의 집대성. 105리길을 최대한 쉽고 빠르게 달리기 위해 몸무게가 발에 미치는 충격, 발 생김새, 땀의 분비, 통풍 등 수십 가지 요소를 고려해 특정 선수에 맞는 마라톤화를 만든다.

‘국민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는 ‘1억원짜리 마라톤화’를 신는다. 아식스가 평발에 짝발인 이봉주의 발 형태를 고려해 무더위와 엄청난 표고차의 아테네 클래식코스를 잘 달릴 수 있는 마라톤화를 만들었다. 15m 높이에서 20mm 두께의 날계란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충격흡수 소재로 만들었다.

나이키도 남자 마라톤 세계 최고기록(2시간4분55초) 보유자 폴 터갓(케냐)에게 최첨단 마라톤화 ‘에어줌 카타나 2’를 공수했다. 충격을 흡수하는 줌에어를 장착하고 최악의 노면상태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소재. 아테네의 무더위를 이길 수 있는 통풍기능에 유독 발 폭이 좁은 그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밖에도 사이클에서 수백만달러의 ‘슈퍼 바이크’가 선보이는 등 각 종목에서 다양한 최첨단 스포츠 용품들이 올림픽 현장을 수놓을 전망.

100m 질주시 몸에 닿는 공기가 최대한 잘 빠져나가도록 만든 나이키의 전신속도복(왼쪽). 스와치는 ‘디지털 포토 피니시’로 육상 단거리, 사이클 등에서 0.0001초의 차이까지 잡아낸다. 사진제공 나이키

●0.0001초까지 잡아낸다

올림픽 공식 기록계측 업체인 스와치는 아테네올림픽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대회’라고 선언했다.

0.01초의 승부 남자 100m. 서너 명이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해도 순위를 가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1000분의 1초까지 잡아낼 수 있는 ‘디지털 포토피니시’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육상 단거리는 물론 사이클 요트 등 간발의 차로 승부가 나는 스포츠에서 출발선에서 결승선까지 정확하게 촬영, 0.0001초로 등급을 매기는 시스템이다. 육상 단거리의 스타팅 블록도 지난 대회보다 크고 넓게 제작해 부정 출발 식별이 용이해졌다.

수영의 경우에도 ‘터치패드’를 치는 순간 100분의 1초까지 분별하는 고속 비디오카메라가 작동해 순위 결정을 돕는 등 모든 종목에서 정밀한 계측 과학이 활용된다.

●금지약물 꼼짝 마

어떤 약이든 경기력 향상을 위해 먹었다면 꼼짝없이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걸려든다. 흥분제, 마약 등 9개 군의 수백 가지 약물은 물론 유전자 도핑 등 불법적 방법의 사용도 잡아낸다. 현재 최대 ml당 0.5나노g까지 약물을 검출할 수 있다. 1나노g이 10억분의 1g이니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는 셈. 최근엔 ‘투명약물’로 알려진 인공 성장호르몬까지 잡아내는 기술이 개발될 정도다. 모두 과학의 힘이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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