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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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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 산과 결혼했다는 여성 산악인 오은선씨(38·수원대 산악부 OB, 영원무역). 그가 남미대륙 최고봉 아콩카과(해발 6962m) 등정에 성공한 뒤 26일 귀국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아르헨티나 현지로 떠난 그는 10일 11시간15분의 사투 끝에 아콩카과 정상에 섰다. 7대륙 최고봉 가운데 북미의 매킨리봉(6195m)과 유럽 엘부르즈(해발 5633m)에 이어 세 번째 정상 정복.
“아콩카과는 히말라야 고산과 달리 눈이 없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워낙 강해 혼났어요. 초속 20∼30m의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더라고요. 게다가 돌가루는 어찌나 날리던지….”
지난해 5월 매킨리봉을 단독 등정했던 오씨는 이번엔 후배와 함께 정상을 밟았다. “혼자 올라가는 게 편하지만 후배들에게 정상 정복의 쾌감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
아콩카과 등정에 오씨는 6명과 동행했다. 이 가운데 함께 정상에 선 ‘행운아’는 이기영씨(20·인하대 산악부). 다른 대원들은 15일 정상 도전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했다.
오씨의 별명은 ‘날다람쥐’. 그가 이번 등정에 기록한 11시간15분은 남성 베테랑 산악인들에게도 버거운 속도라고. 게다가 오씨는 2개의 캠프를 설치하는 통례를 깨고 해발 5400m 지점에 캠프 1개만 친 뒤 바로 정상에 도전했다.
“캠프를 하나 더 치려면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빨리 올라가는 게 상책이겠다 싶어 속전속결 작전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오씨는 3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에 도전한 뒤 7월엔 아프리카 최고봉인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5963m)에 오를 계획이다. 오씨는 “93년에 처음 본 에베레스트가 꿈에도 나타난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내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를 모두 달성하면 7대륙 최고봉 가운데 남극대륙의 빈슨 매시프(4897m)와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4884m)만 남는다. 한국인 가운데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한 산악인은 허영호(95년) 박영석씨(2002년) 2명뿐. 세계적으론 115명이 완등을 했고 이 중 여성은 11명이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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