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아이스하키 살리기’ 이젠 누가…

  • 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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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기자
김상수기자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매일 싸우는 곳인줄 알았다면 감독을 맡지 않았을 겁니다.”

“최승호군 사망사고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회장들은 사사건건 의견이 엇갈려 화합이 안됩니다.”

강원도컵 아이스하키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렸던 2일 목동실내링크. 대학과 실업팀 감독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문희상 협회장에게 현안을 털어놓았다. 이 자리는 문회장이 일선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것. 문회장은 울분을 토로하는 감독들을 다독인 뒤 “내가 있는 한 책임지고 현안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지난해 국내 아이스하키는 갖가지 시련을 겪었다. 실업 3개팀 가운데 현대 오일뱅커스가 해체됐고 광운대 최승호 선수가 경기중 퍽에 맞아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났다. 어려울수록 단합해야 할 아이스하키계는 오히려 집안싸움으로 치달았다. 경기인들은 안이함에 빠진 협회 집행부를 질타했고 협회는 감정대립으로 일관했다.

그랬기에 문회장은 일선 지도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문회장이 자청해 만든 자리에서 약속한 사항이니만큼 이번에야말로 아이스하키인들이 해묵은 감정의 앙금을 털고 단합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문회장이 8일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내정되면서 아이스하키인들의 숙원은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아직 거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문회장이 떠날 것은 기정사실. 그럴 경우 감독들과의 약속도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재임 1년반 동안 아이스하키 발전기금 마련에 큰 도움을 줬고 코리아리그 활성화에도 기여한 문회장이다. 아이스하키인들의 실망은 그래서 더 크다. 여기에 당장 새 회장을 물색하는 것도 문제고 신임 회장이 문회장만큼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가져줄 지도 의문.

팀이 해체된 상태에서 인수팀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현대 오일뱅커스의 김증태코치는 “문회장이 ‘나몰라라’ 하고 떠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시급한 현안들은 처리하고 떠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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