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지만…

  • 입력 2002년 6월 26일 02시 08분


애타는 마음 북받친 울음
애타는 마음 북받친 울음

‘아….’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패배의 슬픔은 잠깐. 어디에서부턴가 박수가 터져 나오면서 온 나라는 순식간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로 뒤덮였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는 동아일보사 등에서 쏘아 올린 불꽃놀이 폭죽이 터지자 수십만명의 응원단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연호하며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태극전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들이 외치는 응원 소리는 22일 한국대표팀이 스페인을 누르고 4강에 진출했을 때보다도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일부 여성팬들은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 얼싸안았지만 패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신명을 다한 우리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이 앞섰다.

세종로에서 응원을 펼친 이미연씨(27·여·서울 성북구 정릉동)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며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에서 응원하던 정기석씨(36·서울 광진구 중곡동)는 “선수들이 너무나 잘 뛰었고 다음 월드컵 때도 8강 이상의 성과를 이룰 것으로 믿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온 국민은 이날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후반 30분경 독일에 한 골을 허용했을 때도 실망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한 골만” “제발” “대∼한민국”을 외쳤다.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서 응원단은 서로 손을 꼭 잡고 또 한번의 기적을 간절히 바랐다.

응원단은 “한 골만, 한 골만”을 연호했지만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응원단 속 여기저기서는 “괜찮아, 괜찮아”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팀의 패색이 짙어가자 연방 눈물을 흘리던 김보미양(18·서울 강남구 역삼동)은 “가슴이 왜 이리 벅차오르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서울시청 주변 빌딩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사람들이 뿌린 종이가 날리고 세종로 사거리 쪽에서 폭죽이 터지면서 응원단은 애국가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미리 마련된 무대에 윤도현 밴드가 등장해 ‘아리랑’과 ‘오∼필승 코리아’를 부르자 시민들도 두 손을 높이 들고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다시 밝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남은 폭죽을 마저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환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쉬움에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던 응원단은 “4년 뒤에 열리는 독일 월드컵에서는 독일을 꺾고 우승할 것”이라며 두 손을 불끈 쥐어 보였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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