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는 착륙하라"

  • 입력 2002년 6월 24일 16시 51분


“여기는 관제탑, 대한항공(KE) ‘붉은 악마’는 22번 활주로에 착륙하라.”

덴마크 코펜하겐공항이 이 공항에 착륙하려는 대한항공기에 붉은 악마(Red Devil)라는 호출부호를 명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2일 오후 3시20분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이 열리기 직전 코펜하겐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화물기 KE511편이 관제탑으로부터 ‘KE511 Red Devil’로 명명됐다는 것.

관제탑은 보통 비행기 편명만을 호출한 후 착륙지시를 내리는데 이날 공항 관제탑은 이례적으로 대한항공 편명에 ‘붉은 악마’란 명칭을 함께 사용했다.

코펜하겐공항 측은 또 대한항공 직원들이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착륙시간을 20분 정도 앞당겨 줬으며 경기가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이어지자 이륙시간까지 늦춰주는 등 특별 배려를 했다는 것이다.또 공항 측은 8강전을 TV로 볼 수 있도록 신속한 도착 수속과 함께 리무진 버스에다 대형 TV가 설치돼 있고 아침식사가 나오는 특별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경기 시작 10분 후에야 착륙하도록 돼 있는 대한항공 화물기를 다른 유럽항공사의 장거리 여객기보다 먼저 활주로를 사용하도록 배려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코펜하겐공항 관계자들이 ‘한국이 결승까지 오르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항공기를 조종했던 박관수 기장(60)은 “머나먼 유럽 상공에서 ‘KE511 Red Devil’이라는 호출부호를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꼈으며 유럽에서 ‘붉은 악마’의 명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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