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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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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질로 지적돼 온 수비불안이 해소되면서 공격도 덩달아 살아나면서 한국대표팀은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4강도 넘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이래 줄기차게 강조했던 수비강화가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
이처럼 수비가 탄탄해진 비결은 수비진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진 것이 첫 번째로 꼽힌다.
▽세계 최고수준의 막강 수비진〓한국대표팀은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미국에 단 한 골만을 내줬다. 이는 본선진출 32개국 중 독일, 아일랜드와 함께 최소 실점 공동 1위.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조별리그에서 세 골이나 허용했으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 스페인도 각각 3실점, 4실점으로 공격에 비해 엉성한 수비가 문제로 지적됐다.
16강전에서 독일과 아일랜드는 역시 상대에게 골을 내주지 않은 반면, 한국은 이탈리아의 특급 골잡이 비에리에게 선제 헤딩골을 허용했지만 한국 수비라인이 아직도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톱니바퀴 같은 조직수비〓조별리그 세 경기와 16강전을 통해 드러난 한국의 최종 수비진은 맏형 홍명보를 중심으로 왼쪽에 김태영, 오른쪽에 최진철이 포진하는 ‘스리백’을 기본으로 좌우 미드필더인 이영표나 송종국을 수비로 내리는 ‘포백’을 상대 전술에 따라 탄력있게 운용했다. 중앙미드필더인 김남일, 유상철은 ‘우선 저지조’다.
특히 김남일은 상대팀의 플레이메이커와 맞대결, 꽁꽁 묶는 중책을 맡고 있다. 25세의 신예이지만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 등 몸값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스타들을 찰거머리처럼 괴롭혀 유럽 빅리그 스카우터들의 ‘포섭대상 0순위’로 떠올랐다.
김병지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골키퍼 이운재는 첫 경기인 폴란드 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끝에 주전자리를 꿰차 예지 두데크(폴란드),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 등 내로라 하는 세계적인 골키퍼들을 울렸다.
중앙 수비수인 홍명보가 공격에 가담하면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이 2선으로 내려와 스리백을 구축해 상대의 역습에 대비한다.
▽비결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하지만 이같은 조직력은 연습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 경기가 시작되면 그라운드의 11명이 모두 선수이자 감독이 돼 서로 의논하고 작전을 지시해야 유기적인 수비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처음 관찰해 본 한국 수비진은 전형적인 ‘상의하달(上意下達) 형’. 실력도 뛰어나고 가장 나이도 많은 홍명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형’이라는 말을 절대 쓰지 말라는 것. 잘 고쳐지지 않자 한동안 홍명보를 대표팀에서 제외시키는 ‘극약처방’을 쓰기도 했다.
대표팀 수비진의 막내뻘인 현영민(23)과 김남일은 이제 홍명보에게 이렇게 외친다. “명보! 왼쪽으로!”.
대전〓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