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가 개인기 잠재웠다…북중미 라이벌전서 미국 완승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17분


미국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의 선취골.
미국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의 선취골.

멕시코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미국과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16일 “상대방을 잘 알기 때문에 유리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차례 싸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불행하게도 아기레 감독의 예측처럼 멕시코는 너무나 잘 아는 미국팀의 주 공격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랜던 도너번의 골 두 방에 무너졌다.

미국과 멕시코 간의 북중미 라이벌 대결은 결국 집중력과 스피드 싸움에서 결판났다.

멕시코는 경기 내내 7 대 3 정도의 비율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미국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공격 최전방에 나선 쿠아테모크 블랑코도, 루이스 에르난데스도, 하레드 보르게티도 “멕시코, 멕시코”를 외치며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준 자국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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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골은 전반 8분 일찌감치 터졌다. 미국의 주장 클라우디오 레이나가 상대진영 오른쪽을 빠르게 파고들며 올려준 공을 조시 울프가 다시 패스, 브라이언 맥브라이드가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은 것.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두 골밖에 허용하지 않은 멕시코 골키퍼 오스카르 페레스가 몸을 날렸지만 ‘피버노바’는 야속하게도 그의 손을 벗어났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멕시코는 전반 28분 몸이 무거워 보인 라몬 모랄레스를 빼고 노장 스트라이커 에르난데스를 투입, 공격진을 강화하며 만회골을 노렸다.

하지만 전반 35분 미국 골키퍼 브래드 프리덜의 펀칭실수를 블랑코가 잡아 왼발로 강하게 때리는 등 수 차례의 슈팅은 프리덜의 선방에 걸리거나 미국 골문을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후반 들어 더욱 세찬 공격을 퍼부은 멕시코는 20분 미국의 쐐기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에디 루이스가 센터링한 공을 쇄도해 들어오던 도너번이 머리로 받아 오른쪽 네트에 꽂아 넣은 것. 1970, 1986년 월드컵 본선에서 두 차례 4강에 오른 영광을 재현하려던 멕시코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급해진 멕시코는 개인기를 앞세워 무리한 중앙 돌파만을 고집하다 미국의 두꺼운 수비벽에 막혀 번번이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까지 최근 월드컵 본선 10경기에서 연속 득점에 성공한 기록도 이어가지 못하고 치욕적인 영패를 당했고, 한국이 속한 D조에서 간신히 16강에 합류한 미국은 월드컵 본선 8강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전주〓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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