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한국 빠르지만 한수 아래”

  • 입력 2002년 6월 16일 23시 51분


한국과의 16강전을 앞둔 15일 이탈리아팀이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과의 16강전을 앞둔 15일 이탈리아팀이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 수비가 원한다면 언제든 우리는 골을 넣을 수 있다.”

과도한 자신감인가, 한국 축구에 대한 모독인가. 이탈리아축구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 겸 공격수인 프란체스코 토티(25·AS로마)가 한국 축구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토티는 16일 숙소인 천안 국민은행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선 세 경기에서 한 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강한 한국 수비진을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내외신 기자 60여명이 몰렸으며 토티의 말에 이탈리아 기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이어진 “몇 골이나 넣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를 과시하듯 “한 골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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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견장에는 토티를 비롯해 미드필더 잔루카 참브로타(24·유벤투스)와 수비수 마르크 율리아노(28·유벤투스), 크리스티안 파누치(29·AS로마) 등 4명이 나왔다. 토티는 한국팀에 대해 의례적인 호평을 하긴 했지만 이탈리아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토티와의 일문일답.

-한국팀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가. 한국 선수들은 체력이 매우 뛰어나고 후반전에 강하다는 것을 아는가.

“한국팀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봤다. 한국은 매우 빠르고 조직력이 뛰어나다. 포르투갈전에서는 경기를 주도하면서 매우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미드필드의 압박이 매우 거센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한국 선수들이 빠르고 조직적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우리가 낫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파트너로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와 번갈아 출전했는데 불만은 없는가.

“델 피에로는 스트라이커지만 약간 처진 위치에서 움직이는 선수이고 인차기는 앞쪽 공간에서 많이 뛰는 선수로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누가 출전을 하든지 그것은 감독이 결정할 문제다. 델 피에로와는 오랜 친구 사이로 전혀 불만이 없다.”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는 부진했는데….

“공격수와 미드필더는 맡은 역할이 다르다. 멕시코전에서는 플레이메이커(미드필더)가 아닌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부진했다. 플레이메이커로 뛰면 훨씬 잘 할 수 있다.”

-한국에서 경기를 하는 스페인 독일 한국 3개국 중 어느 나라가 가장 껄끄러운가.

“(웃으며) 우리는 한국과 먼저 경기를 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나라가 가장 돋보이는가.

“세네갈이 가장 뛰어난 팀 중의 하나다. 잉글랜드도 마지막까지 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잠브로타는 “한국 선수 중에서 안정환이 몸놀림이 빠르고 가장 위협적인 선수”라며 안정환을 ‘놀라운 선수(amazing player)’라고 치켜세웠다. 또 율리아노는 “한국팀이 이렇게 강하고 잘할 줄은 미처 몰랐다”며 한국팀의 급부상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한편 이탈리아는 이날 숙소 내 잔디구장에서 오후 6시반부터 비공개 훈련을 실시했다. 이탈리아 코칭스태프는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주전 수비수 알렉산드로 네스타(25·라치오)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면서 경기 당일에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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