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빗장수비 내가 뚫는다”

  • 입력 2002년 6월 15일 23시 10분


“2년이나 이탈리아에 있었는데 남다르죠….”

‘테리우스’ 안정환(26·이탈리아 페루자·사진)의 표정이 여느 때와 다르다. 15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 회복훈련이 끝난 뒤 18일 대전에서 열리는 한국-이탈리아 16강전에 대한 소감을 묻자 좀처럼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특별한 감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항상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뛸 기회만 주어진다면 꼭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전에 임하는 그의 각오가 남다른 데는 이유가 있다. ‘태극전사’로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꼭 이겨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를 꺾어야만 지난 2년간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진정한 ‘빅리거’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이탈리아 세리에A의 페루자로 임대돼 ‘빅리그’에 진출했던 안정환. 그러나 유럽의 큰 ‘벽’을 넘지 못하고 그라운드보다는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까지 알게 모르게 홀대하는 것까지 참아내며 끝까지 버티고 이를 악물고 살아남아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제 안정환은 2년 전의 그가 아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조련 속에 ‘변신’에 성공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체력이 좋아졌고 ‘킬러본능’까지 완전히 되살아났다. 그리고 최근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은 물론 10일 D조예선 미국전에서 천금같은 동점 헤딩골을 터뜨려 세계 속에 자신의 존재를 명확하게 각인시켰다. 이젠 더 이상 이탈리아란 존재 앞에서도 작아지지 않는다. 잉글랜드는 물론 이탈리아의 다른 팀에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히딩크 감독도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아니(안정환의 애칭)가 세리에 A에서 뛰었기 때문에 이탈리아를 잘 알고 있다. 최근 개인플레이가 사라지고 팀플레이에 치중하면서 수비가담능력도 아주 좋아졌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14일 포르투갈전에서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한 것에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아니가 평생에 90분을 뛰어본 적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면서까지 칭찬을 했다.

유럽 기자들도 안정환이 90분을 풀타임으로 뛰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90분을 풀타임으로 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도 18일 이탈리아전은 중요하다.

만일 안정환이 90분을 풀타임으로 뛰면서 한국에 승리를 안긴다면 ‘빅리거’의 꿈은 눈앞에 성큼 다가설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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