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농구단 訪北]연이은 체육교류 남북관게 물꼬틀까?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평양에서 28, 29일 개최되는 현대와 북한 간 통일농구대회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轉機)가 될 수 있을까.

남북한이 직접적인 체육교류를 갖는 것은 90년10월 평양과 서울을 오가면서 남북통일축구대회를 개최한 지 9년만의 일. 이번 농구대회가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북한의 미사일발사 유보선언으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22일 러시아 방송의 보도처럼 평소 농구에 관심이 많다는 김정일(金正日)이 경기를 참관할 경우 이는 북한이 남북교류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청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 28일부터 이틀간 모두 네차례에 걸쳐 열리는 남녀 농구경기가 사상 처음으로 TV를 통해 한국으로 생중계되는 것도 남북교류사에 새로운 장(章)을 여는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특히 이번 경기는 8월 민주노총 대표단이 방북, 북한 노동자대표들과 두차례 축구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열리는 것이어서 앞으로 남북 간 체육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교류가 과연 당국 간 대화로 이어질 것인지의 여부.북한은 6월 연평해전 이후 남북교류를 완전히 중단했다가 분단 이후 최초로 11월 평양교예단의 한국 공연을 허용하는 등 최근들어 민간차원의 각종 교류를 복원시키고 있다.

정부는 이번 농구경기가 궁극적으로 당국 간 대화재개를 포함한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최근 완성한 ‘페리보고서’에 남북관계의 진전 부분이 언급돼 있는 점도 북한이 이제는 민간차원의 교류 뿐만 아니라 남북대화에도 성의를 보이도록 작용하리라는 게 정부측 전망이다.

물론 북한은 여전히 대남비방을 계속하고 있어 쉽사리 당국 간 대화의 문을 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거 중국과 서방의 ‘핑퐁외교’가 결국 중국의 빗장을 연 것처럼 남북 간 스포츠 교류도 본격적인 남북관계 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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