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세상읽기]당당한 승부가 아름답다

  • 입력 1999년 9월 21일 18시 45분


일본 프로야구는 86년 큰 오점을 남겼다.

당시 일본 투수들은 한신 타이거스의 미국인 선수 랜디 바스가 54호 홈런을 날리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지메’를 했다.

그들은 바스가 나오기만 하면 볼넷으로 거르거나 쳐도 홈런이 될 수 없는 나쁜 공만 던져 기어이 왕정치의 55호 홈런기록을 사수했다.

화가 난 바스는 포수가 일어서서 고의볼넷을 유도한 공을 쫓아가 밀어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필자는 ‘저렇게까지 해서 기록을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며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그런 일본에 비하면 국내 프로야구는 지난해 우즈가 홈런왕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비교적 정정당당한 승부를 하는 편이어서 다행스럽다. 이제 4경기를 남겨둔 이승엽이 일본 선수들이 그토록 기를 쓰며 사수하려 했던 기록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한화와 2경기, 롯데 해태와 1경기씩을 남겨둔 이승엽의 신기록 달성 여부는 그가 오늘 한화와의 대전경기에서 홈런을 칠 지 여부에 따라 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투수로 누가 나오든 홈런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정면승부를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허구연(야구해설가) 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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