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박찬호 20승」기대해도 좋다

  • 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36분


《99프로야구 개막이 사흘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도 국내외 프로야구의 모든 것을 예리하게 짚어줄 ‘허구연의 야구읽기’가 매주 수요일 독자여러분의 곁을 찾아갑니다.》

2월말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다저타운. 매년 이맘때면 박찬호를 만났지만 올해처럼 자신에 차 있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훈련 중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투수인 케빈 브라운과 장난을 칠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을 본 순간 “이젠 완전히 홀로서기에 성공했구나”라는 혼자말이 저절로 나왔다.

남산만한 덩치의 미국선수들 틈에서 비교적 단신인 그가 라커룸에서도 중심선수로 자리잡았음은 힘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냉엄한 프로세계에서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영리한 선수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다. 그런 박찬호가 시범경기에서 연일 호투하며 국내팬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일부에선 그가 올시즌 20승을 올려 올스타전 출전과 사이영상을 거머쥘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을 하고 있다.

필자는 한술 더 떠 그가 아시아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드시리즈는 세계 최정상의 무대. 모든 야구팬에게 박찬호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고의 스타는 팀을 우승시킬 때 더 큰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얼마전 작고한 조 디마지오처럼.

노모가 한창 주가를 올릴 때 ‘나만의 길’을 걸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라커룸에서도 활달하고 사교적인 모습의 박찬호. 동료들의 지원사격이 더욱 활발해질 것같아 그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가져도 좋을 것 같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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