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다저타운. 매년 이맘때면 박찬호를 만났지만 올해처럼 자신에 차 있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훈련 중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투수인 케빈 브라운과 장난을 칠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을 본 순간 “이젠 완전히 홀로서기에 성공했구나”라는 혼자말이 저절로 나왔다.
남산만한 덩치의 미국선수들 틈에서 비교적 단신인 그가 라커룸에서도 중심선수로 자리잡았음은 힘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냉엄한 프로세계에서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영리한 선수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다. 그런 박찬호가 시범경기에서 연일 호투하며 국내팬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일부에선 그가 올시즌 20승을 올려 올스타전 출전과 사이영상을 거머쥘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을 하고 있다.
필자는 한술 더 떠 그가 아시아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드시리즈는 세계 최정상의 무대. 모든 야구팬에게 박찬호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고의 스타는 팀을 우승시킬 때 더 큰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얼마전 작고한 조 디마지오처럼.
노모가 한창 주가를 올릴 때 ‘나만의 길’을 걸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라커룸에서도 활달하고 사교적인 모습의 박찬호. 동료들의 지원사격이 더욱 활발해질 것같아 그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가져도 좋을 것 같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