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부상딛고 한국新 수영선수 조희연

  • 입력 1997년 8월 12일 08시 16분


더이상의 망설임은 없다. 최고를 위해 다른 꿈을 접은 지 오래. 한여름의 폭염속에서도 물살을 가르는 소녀의 눈빛엔 오직 한가지 염원이 서려 있다. 세계 최고의 「인어」가 될거야. 조희연(14·서울 대청중2년). 1m60, 43㎏의 가냘픈 몸매에 하얀 얼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평범한 10대. 그러나 그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비상하는 당당한 수영선수다. 희연이는 지난 5월 부산동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주종목은 자유형 4백m와 8백m.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에게 아시아의 벽은 아직 높았다. 이보은(경성대) 등 쟁쟁한 선배언니들과 함께 출전한 계영 4백m에서 한국신기록을 깨며 동메달을 딴 것이 그나마 위안.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러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무렵 악재가 닥쳤다. 대표팀에서 받은 강도높은 훈련이 부담이 됐을까. 척추뼈에 이상이 생겼고 급기야 수영선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어깨에도 무리가 왔다. 부상때문에 결국 태극마크를 포기해야 했다. 한달여에 걸친 물리치료. 통증보다는 다섯살 이후 생활의 일부가 돼왔던 풀을 떠나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더 괴로웠다. 치료가 끝나자마자 물로 돌아온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다가올 동아수영대회를 앞두고 종목을 다시 접영으로 바꿨다. 초등학교시절 접영에 주력해오다 중1 때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유형으로 방향전환을 했던 그에게 또다른 변신이었다. 지난 7월16일 전주실내수영장. 제69회 동아수영대회 접영 1백m 결승이 열린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져다주었다. 1분01초77, 우승은 물론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운 쾌거. 지난 91년 이후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던 한국기록을 6년만에 무너뜨렸다. 그것도 종전 한국기록을 1초06이나 앞당겨서. 현국가대표인 이은주(남춘천여중)와 백일주(반원초등)의 최고기록에 1초이상 앞선다. 그러나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에도 희연이는 그다지 기쁨을 내색하지 않았다. 아시아정상과는 1초차, 세계기록과는 3초나 떨어져있다. 아직 갈길이 멀다. 희연이의 목표는 세계1위. 방학이 시작됐지만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오전5시 기상, 6시부터 3시간 동안 훈련,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또 훈련. 하루 6시간이상 물속에서 산다. 솔직히 때론 수영이 지겹고 힘들 때가 있다. 또래들처럼 끼리끼리 모여서 재잘거리고 놀러다니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평범에 안주하기에는 지난 시간 쏟아낸 땀방울이 아쉽다. 희연이는 경기가 있을 때마다 기도를 한다.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고. 단지 이기기 위해 경쟁하고 싶지는 않다. 성적에 앞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갖추는 것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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