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산불 피해면적 ‘축구장 14만개’…108년만 최악 가뭄

  • 뉴시스(신문)

3월 대형 산불 5건…10만 헥타르 피해 ‘역대 최대’
여름 평균기온 25.7도 역대 1위…대관령 ‘첫 폭염’
5~9월 온열질환 4460명 발생…전년대비 20.4%↑
국지성 집중호우 피해 인명 25명·재산 1조1307억

지난해 3월 발생한 경북 의성 산불 피해 위성 사진. 기상청 제공
지난해 3월 발생한 경북 의성 산불 피해 위성 사진. 기상청 제공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산림 피해를 기록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또한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이었으며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 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의 시대’가 심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기상청은 대통령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보고서 제작에는 기상청을 비롯한 10개 부처, 21개 기관이 참여해 산불, 폭염, 호우, 가뭄 등 지난해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과 분야별 영향, 대응 현황을 담았다. 정부는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매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1일부터 26일 사이 전국적으로 5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하며 총 10만5084㏊(헥타르)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축구장 14만7100개를 합쳐 놓은 것보다 넓은 면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로 기록됐다.

6일간 전국 평균기온은 14.2도로 역대 가장 높았고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습도가 평년 대비 15%p(포인트)가량 낮았다. 고온 건조한 공기가 강한 서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대형 산불로 확산하기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6월 때 이른 더위가 10월까지 이어지는 등 역대급 폭염도 나타났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으로 6월 말부터 이미 한여름 날씨를 보였고 7월 하순부터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기온이 상승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역대 최고 1위를 기록했다.

구미(55일), 전주(45일) 등 20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최다 폭염일수를 기록했으며 대관령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폭염(7월 26일, 33.1도)이 발생했다. 가을철인 10월 중순까지도 보령, 완도 등에서는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고온 현상이 장기간 이어졌다.

여름철 우리나라 월평균 해수면온도는 7월 25.3도(1위), 8월 27.8도(2위)로 최근 10년간 해당 월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이른 폭염으로 고수온 현상이 지난해보다 15일 빠르게 발생해 최장기간(85일) 지속됐다.

폭염으로 100명 이상 대형 식중독 발생 건수도 ▲2021년 13건 ▲2022년 8건 ▲2023년 14건 ▲2024년 14건 ▲2025년 18건(잠정)으로 증가했다. 5~9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기간 전년(3704명) 대비 20.4% 증가한 4460명(사망 2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기록적인 국지적 집중호우도 빈발했다. 장마 기간이 짧고 무더위가 지속된 가운데 강수는 주로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폭염과 호우가 반복됐다. 가평, 서산 등 15개 지점에서 1시간최다강수량이 100㎜를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도심 침수, 도로, 교통 기반시설, 산사태 등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25명(사망 24명, 실종 1명)의 인명피해와 1조1307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5년 평균 재산피해의 1.8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한 지난해 7월 16~17일 전국 강수량 분포도. 자료=기상청 제공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한 지난해 7월 16~17일 전국 강수량 분포도. 자료=기상청 제공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다른 지역이 집중호우로 몸살을 앓는 동안 강원 영동지역은 108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다.

영동지역의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 대비 34.2%(232.5㎜)에 불과했다. 이에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준공 후 최저치인 11.5% 수준까지 떨어지며 단계적 제한 급수가 시행되는 등 심각한 식수난이 발생했다.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강수량 대비 증발량이 증가해 농작물 152.9㏊, 산림작물 5.9㏊가 시들고 고사하는 등 피해가 컸다.

일반적으로 영동지역은 동풍이 불 때 많은 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에는 평년보다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주로 불며 지형적 요인이 더해져 강수량이 매우 적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이상기후는 세계적 현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는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기온이 1.44도 상승해 역대 가장 더웠던 해 3위로 기록됐다.

지난 11년(2015~2025년)은 매해 1850년 관측 이래 가장 따뜻했다. 특히 2023년부터 지난해 3년은 역대 1~3위를 기록하며 심각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구온난화의 가파른 상승 속도와 이에 따른 기후변화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이상기후를 발생시켰고 이는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가뭄, 집중호우 등 종합적인 기후재난에 직면하게 됐고 그 피해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청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발생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미래 기후위기를 체계적으로 감시·예측해 실효성 있는 국가적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수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사무처장(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겸임)은 “이제 우리 삶 전반에서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 상황”이라며 “이상기후에 대한 과학적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정책실행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기후 발생 현황과 분석 및 분야별 대응 현황 등의 자세한 사항은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의 ‘열린마당→발간물→이상기후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대형 산불위험 조기경보 체계 개선 ▲실시간 수온 관측시스템 확대 ▲인공지능(AI) 홍수예측 정확도 개선 ▲기상·재해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정부 대응 현황 및 계획 등도 함께 담겼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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