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SM 주가조작 혐의 1심 무죄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법원이 21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별건 수사란, 원래의 수사 대상과는 무관한 다른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검찰의 별건 수사는) 이 사건에서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에게 “시세조종 목적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로 제시돼 온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있지도, 일부 피고인은 구속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전 부문장은 이 사건뿐만 아니라 별건으로도 조사를 받았고 수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돼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별건 압수수색 이후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선고를 마치며 “해당 사건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서 피의자나 관련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이 사건에서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가 되든 이제는 지양되었으면 한다”고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23년 2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주당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에 SM 주식을 대량 매수해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8월 결심공판에서 김 위원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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