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마리 된장잠자리 떼가 제주 앞바다 낚싯배를 뒤덮은 모습. 조업자의 몸에도 달라붙을 만큼 밀집해 조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출처- JIBS 뉴스/제주방송 유튜브
초여름 제주 해상에서 수천 마리의 잠자리 떼가 조업 중이던 낚싯배를 덮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보통 장마 이후인 7월 중순에 주로 출몰하는 잠자리가 이례적으로 6월 중순부터 나타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선장 “배 전체 뒤덮여 조업 중단…몸에 달라붙어 일 불가능”
19일 JIBS 제주방송 보도에 따르면, 전날 새벽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낚싯배에 수천 마리의 잠자리 떼가 달려들었다.
촬영된 영상에는 밝은 집어등 주변으로 몰려든 잠자리들이 화면을 뒤덮는 장면이 담겼다. 잠자리는 낚시객의 몸에까지 가득 달라붙었고, 선원들은 사실상 조업이 불가능했다고 호소했다.
한 어선 선장은 JIBS “한두 마리 수준이 아니라 배 전체를 뒤덮었다”며 “등과 몸에 붙어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 “장마도 안 왔는데…잠자리, 제주 어선 또 덮쳤다”
조업을 방해한 잠자리 떼의 정체는 ‘된장잠자리’로 밝혀졌다. 이 종은 몸길이 3.7~4.2㎝로, 동남아시아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규슈 지역까지 이동하는 장거리 이동성 잠자리다.
된장잠자리는 모기나 파리 등 해충을 포식하는 ‘익충’으로 분류되지만,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들 경우 어민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보통 장마가 끝나는 7월 중순 무렵에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지만, 이번처럼 장마도 시작되기 전인 6월 중순에 대규모로 출몰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 지난해 이어 올해도 출몰…“기후 변화·장마전선 조기 형성 탓”
제주에서 된장잠자리 떼가 어선을 덮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김녕항 인근에서 수천 마리가 관측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고온다습한 날씨가 빨리 지속되면서 된장잠자리의 활동 조건이 조기에 형성됐고, 이에 따라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된장잠자리가 장마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특성이 있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이른 시기에 제주 인근에 장마전선이 형성되면서 조기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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