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심폐소생술로 심정지 벗어난 60대, 뇌사로 4명에 새 생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3일 14시 59분


뇌출혈로 쓰러진 김정애씨, 폐-간 등 기증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김정애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김정애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가 됐던 60대 여성이 시민들의 빠른 조치로 심정지에서 벗어난 뒤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국내에서는 뇌사 상태일 때만 장기기증을 할 수 있으며, 심정지 이후에는 불가능하다.

2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김정애 씨(68)가 폐와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6일 식당에서 식사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가 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구급대원들도 빠르게 도착한 덕분에 김 씨는 심정지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병원으로 이송된 김 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 씨의 가족은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장기기증)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주저 없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도와주신 시민들과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 그리고 치료를 잘해주신 의료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김정애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김정애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전남 강진군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김 씨는 쾌활한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힘든 일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했다. 교회에서 남편과 함께 30년 넘게 성가대 활동을 하기도 했다. 또 주말에는 교회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

아들 한국란 씨는 “눈을 감고 어머니를 생각하면 언제나 밝게 웃으시는 모습만 생각난다. 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지만, 하늘에서는 더 밝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란다. 사랑한다”고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장기기증#뇌사#심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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