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중 기관총-실탄 500발-연료탱크 떨어뜨린 공군, 또 조종사 과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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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 오폭 한달만에 또 낙하 사고… “KA-1 조종사 조작버튼 잘못 눌러”
영월서… 실탄 10여발 이틀째 수색
“軍 기강해이 도 넘어” 비판 목소리
긴급 안전교육… 한미훈련 일시 중단

지난달 수십 명의 부상자를 낸 KF-16 전투기의 민가 오폭 사고 한 달여 만에 공군의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비행 훈련 중 수백 발의 실탄이 든 기관총과 연료탱크 등을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낙하물들이 민가 지역에 떨어졌다면 또다시 큰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초래할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공군 조사 결과 이번에도 조종사의 과실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공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 “조종사가 조작버튼 잘못 눌러”

20일 공군에 따르면 18일 오후 8시 22분경 강원 평창군 상공에서 야간사격 모의 훈련을 하던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기총포드(gun pod) 2개와 연료탱크 2개를 떨어뜨렸다.

기총포드는 기관총을 탑재한 일종의 케이스로 포드에 내장됐던 기관총과 12.7mm 실탄 총 500발도 함께 지상으로 떨어졌다. 연료탱크는 속이 비어 있었다고 한다. KA-1은 사고 직후 관제소에 이를 보고한 뒤 원주 공군기지로 복귀했고, 사고 당시 비상 상황은 없었다고 공군은 전했다.

공군은 사고 다음 날인 19일 낙하물이 떨어진 강원 영월군 산악 지역에 헬기 1대와 병력 270여 명을 투입해 기총포드 2개와 실탄 480여 발을 회수했다. 20일에도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 연료탱크 2개와 회수하지 못한 실탄 10여 발을 찾는 작업을 이어갔다.

사고를 낸 조종사는 공군 사고 조사위원회에 “실수로 조작 버튼을 잘못 눌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 “당시 조종사가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비행했는데 기내로 거센 바람이 들어와 환풍구 주변을 분주히 만지다가 낙하 버튼을 잘못 눌렀다는 내용으로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KA-1은 KT-1 기본훈련기를 경공격기로 개조한 것으로 조종사 2명이 탑승한다. 전투기와 경공격기는 비상 상황 시 연료탱크 등 기체 부착물을 한꺼번에 떨어뜨리는 버튼이 있는데 KA-1 조종사 중 1명이 이 버튼을 실수로 눌렀다는 것이다.

공군은 기총포드와 연료탱크가 산악 지역에 떨어져 민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30여 명이 다치고 140여 가구가 피해를 본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때처럼 이번에도 조종사 과실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나 기강해이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때도 실사격 훈련에 나선 조종사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한 것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었다. 후속 조사를 통해 조종사에 대한 지휘관 관리·감독 미흡, 지휘체계 내 보고, 대국민 공지에서도 부실 대응이 드러난 바 있다.

● “사고 재발 방지 총력” 다짐 한 달여 만에 ‘공염불’

당시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사고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뼈를 깎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에 제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한 달여 만에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은 19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사고 여파로 감시·정찰 등 필수 항공 전력을 제외하고 22일 오전까지 전체 항공기 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1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예정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 ‘프리덤 플래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비행도 중단하고, 22일 오후에 재개하기로 했다.

공군 관계자는 “부대별로 사고 사례를 교육하고, 기기 안전을 점검하고 조종사와 정비사 대상 비행 안전 결의대회도 진행한다”며 “이 총장이 21일 비행부대 전체 지휘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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