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야구장 중 7곳이 싸게 계약
안전점검 비용 기준의 70% 밑돌아
“국민 스포츠, 국민 안전 외면” 지적
전문가 “NC 같은 사고 막으려면… 정밀안전진단 대상-빈도 늘려야”
지난달 29일 구조물이 추락해 관중 1명이 사망한 경남 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8일 오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창원=뉴스1
프로야구 NC다이노스 안방구장인 경남 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지난달 29일 구조물이 떨어져 20대 여성이 숨진 가운데 이 구장을 관리하는 창원시설공단이 2년 전 정밀안전점검을 법정 기준 금액보다 싼 가격에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전국 프로야구 1군 야구장 9곳 중 대전과 고척을 제외한 7곳이 이 같은 ‘저가 안전점검 계약’을 했다. 지난해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의 안전점검이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 창원NC파크, 2023년 안전점검 저가로 실시
15일 찾아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은 1982년 준공 뒤 43년이 넘어 곳곳에서 안전 위협 요소들이 발견됐다. 각종 배관과 전기선은 정리되지 않은 채 엉켜 외부에 노출돼 있었고, 에어컨 실외기는 심하게 녹이 슨 거치대 위에 있어 추락 위험이 커 보였다. 매주 이 야구장을 찾는다는 홍모 씨(24)는 “좌석 계단은 경사가 심한데 손잡이가 없는 곳이 많다”며 “인파가 몰리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및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창원NC파크를 관리하는 창원시설공단은 2023년 3월 7일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현행법에 따라 야구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주기적으로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구단이나 시설관리공단은 보통 안전점검 전문 업체와 계약한 뒤 점검을 실시한다.
문제는 이 점검 계약이 법에서 정한 기준 금액의 70%에도 못 미치는 싼값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및 관련 지침에 따르면 법에서 정한 안전점검 비용 산정 기준의 70% 미만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 평가 대상이 된다.
이에 국토안전관리원은 창원NC파크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점검 결과를 다시 들여다보는 평가를 실시했다. 점검업체 입장에서는 수주 금액이 적으면 투입하는 인력이나 장비, 기간을 줄여야 하고 이는 ‘날림 점검’으로 이어지기 쉽다. 김지상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홍보부회장은 “저가경쟁으로 기준보다 싼값에 계약이 이뤄질 경우 부실 점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일에는 경기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수원도시공사 관계자들이 펜스 안전점검을 벌였다. 수원도시공사 제공 ● 9곳 중 7곳 ‘저가 점검’… “관련 기준-내용 강화해야”
본보가 올해 개장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제외한 프로야구 1군 구장 8곳의 안전점검 계약 여부를 파악한 결과, 서울 고척 스카이돔을 제외한 7곳의 구장이 산정 기준 70% 미만의 저가계약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야구장은 2021년 저가 계약을 해서 국토안전관리원의 평가 대상에 올랐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측은 “주경기장과 야구장을 통합하여 용역을 실시해 (금액 산정에) 일부 조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 각종 배관과 전선들이 엉켜 노출돼 있는 모습.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전문가들은 이번 사망 사고를 계기로 야구장 안전점검의 기준이나 내용, 빈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중이용시설인 야구장은 6개월∼1년, 2∼4년, 4∼6년 주기로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6개월∼1년마다 하는 정기안전점검은 대부분 눈으로 훑어보는 수준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정밀안전점검·진단 빈도를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무 안전점검 대상도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는 주로 건물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체에 점검이 집중되는데, 창호나 칸막이 등 관람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일명 ‘비구조체’ 구조물에 대한 안전점검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관람객을 덮친 무게 60kg 상당의 구조물 ‘루버’도 비구조체였다. 김 부회장은 “비구조체로 인한 사고가 오히려 건물의 노후화 등으로 인해 인명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며 “구조체가 아닌 부재들에 대한 전문성 있는 점검이 의무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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