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교사를 폭행한 학생 사건을 촬영한 영상을 두고,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삭제를 지시하면서 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이 수업 시간에 교사의 얼굴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은 수업 중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교사의 제지를 받자, 격분해 교탁을 치고 물건을 던졌다. 이후 휴대전화를 든 채 교사의 얼굴을 가격했다. 당시 사건을 말리던 다른 학생의 휴대전화가 파손되기도 했다.
사진=독자제공 사건 이후 학교는 학생들에게 영상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 재학생은 카카오톡 단체방 공지 내용을 제보했다. 이에 따르면, 담임교사는 “2교시에 촬영된 사건 영상을 소지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더 이상 공유하지 말고 모두 삭제하라”고 안내했다.
또 학생들에게 “개인정보 보호,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영상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생활안전부장 선생님께 휴대전화를 확인받고 귀가하라”고 지시했다.
사진=독자제공 이에 대해 이돈호 변호사(노바법률사무소)는 “모든 영상 촬영이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공익성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성을 판단한다”며 “이번 사건은 교권과 학생 인권이라는 공익적 요소가 있고, 제보 목적이 분명한 영상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독자제공 특히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검사한 것에 대해 그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12조(사생활의 자유), 제13조(정보 및 표현의 자유)를 위반한 행위”라며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며 “법적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는 차원의 안내였다”고 해명했다.
또 “가해 학생은 특수학급 소속 학생이 아니다”며 “사건 발생 이후 분리 조치되어 현재는 등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양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사건은 현재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절차가 진행 중이다.
관계자는 “위원회는 형사처벌이 아닌 학생 선도 차원의 역할을 한다. 교보위 결정 이후 학교에서 조치를 이행한다”고 전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조치에는 교육봉사, 학급 이동, 전학, 퇴학 등이 포함된다.
한 동료 교사는 SNS를 통해 교보위 절차와 처분 과정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교권이 침해돼도 학교나 교육청이 직접 고발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피해 교사가 직접 고소하지 않는 이상, 사건은 그대로 있을 것”이라며 “잘해야 전학이나 퇴학이다. 그 전에 자퇴 처리되는 건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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