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내란혐의 증거 7만쪽” 尹측 “전혀 못봐”… 첫 형사재판 13분만에 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0일 2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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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5.02.20. 서울=뉴시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20일 시작됐다. 출석 의무가 없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에 나온 윤 대통령은 형사재판에 출석한 첫 피고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바로 이어진 구속취소 심문에서 윤 대통령 측은 “구속기한 만료 이후 공소제기가 이뤄졌다”며 검찰의 기소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유효기간 내에 적법하게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간혹 주변을 둘러볼 뿐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

● “구속기간 만료 후 기소” vs “적법 기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린 20일 윤 대통령 탑승 호송차 행렬이 재판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가고 있다. 2025.02.20.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재판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석 오른쪽 끝에 자리한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 재킷에 붉은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재판부를 향해 서서 고개 숙여 인사한 윤 대통령은 재판부가 생년월일을 묻자 작게 “네”라고 답했다. 방청석 제일 앞줄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자리를 지켰다.

재판은 공판준비기일과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취소 심문이 연이어 열리며 총 70분 동안 진행됐다. 약 57분 동안 진행된 구속취소 심문에선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과 “구속취소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윤 대통령 측은 프레젠테이션(PPT)를 통해 “검찰의 공소제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구속영장이 만료된 이후 이뤄진 것이 명백하다”며 “구속기간 만료로 인한 불법구금 문제의 불씨를 남긴 채 재판을 하기보다는 불구속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포적부심과 영장실질심사에 걸린 시간을 시간과 분 단위로 계산하면 지난달 15일 체포된 윤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 지난달 25일 만료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형사소송법과 지금까지 법원의 판단에서 구속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한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유효한 구속 기간 내에 적법하게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 ‘증거인멸 염려’ 두고도 공방

윤석열 대통령.  2025.2.20/뉴스1
윤석열 대통령. 2025.2.20/뉴스1
윤 대통령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위법한 수사에 기초한 구속영장은 불법이라 구속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국회 측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부분을 철회한 것은 결국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재판에 필요한 인적, 물적 증거도 사실상 모두 수집돼 증거인멸 염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탄핵심판 절차와 형사재판은 무관하고,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공범들에 대한 내란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체포적부심, 영장실질심사 등 이미 사법부의 판단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은 직무가 정지됐지만 여전히 대통령 신분”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내란중요임무를 수행한 사람들은 피고인이 임명한 사람이라 불구속 재판이 이뤄질 경우 주요 인사, 측근과의 만남이 많아질 수 있다”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서를 추가로 받아서 검토한 뒤 구속취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 재판부 “김용현 등과 병합심리 검토”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은 “기록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공소사실 인정여부 등을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이 공소사실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공판준비기일은 약 13분 만에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서면증거로 제출한 양이 230권, 약 7만 쪽에 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달 24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진행한 뒤 본격적인 공판에 돌입하기로 했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집중 심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의 병합 심리 여부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은 주 3, 4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주 1, 2회 진행됐었는데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소 주 2,3회의 집중심리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윤 대통령 재판이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재판친 후 기자들과 만나 “횟수는 검토해봐야겠지만 집중심리를 통해 조속히 정리하는 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날 윤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변호인들이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고 오늘 쟁점이 절차적 요건에 관한 부분이라 특별히 말씀하실 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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