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딛고 자란 20대, 장기기증으로 3명에 ‘새 생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8일 09시 08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준혁이가 장애인으로서 20년 동안 나라의 혜택을 받아왔으니 당연히 그 감사한 마음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제가 먼저 의료진에게 장기기증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어요. 생명나눔을 통해 한 분이라도 더 많은 환자가 새 생명을 얻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요.”

김준혁 씨(22)의 어머니는 아들 김 씨의 장기기증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씨의 기증 덕분에 3명이 새 삶을 살게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김 씨가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18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13일 자택에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은 김 씨가 이대로 떠나보내는 것보단 장기기증으로 어디선가 살아 숨 쉬면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란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씨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6세까지 장난을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원인 모를 뇌출혈로 몸을 가누기 어려워져 7세부터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다.

김 씨는 특수학교를 졸업한 뒤 10년 넘게 활동 보조사와 여러 활동을 했다. 시각과 청각의 기능이 떨어져 왼쪽 눈의 20%만 볼 수 있는 상태였지만 그림 그리기 등 좋아하는 활동을 했다.

김 씨의 어머니 김미경 씨는 “준혁아, 엄마가 하얀 한복을 사서 입혀줬는데 네가 너무 이쁘더라. 꼭 웃고 있는 거 같았어. 엄마가 곧 보러 갈 테니까,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놀고 있어. 항상 엄마가 준혁이 생각할게. 많이 사랑해. 보고 싶어”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생명나눔을 통해 3명의 생명을 살린 기증자 김준혁 님과 힘든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 생명나눔은 사랑이자 생명을 살리는 일”이하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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