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한사람인 대통령 인권 보호” 6대4로 가결
尹지지자 100여명 회의장 길목 점거하고 농성도
일부는 성향 검증한다며 “시진핑-이재명 욕해보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차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2.10. (공동취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 의견은 헌법재판소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 100여 명은 이날 회의 시작 전부터 인권위에 난입해 점거하고 출입하는 사람들을 ‘사상 검증’을 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인권위는 10일 오후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하는 권고 안건을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수정가결했다. 김용원 상임위원 등 해당 안건을 발의한 등 찬성 측은 “계엄 자체를 정당화하려는 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인 대통령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는 주장했다. 반대 측은 “헌재와 법원의 독립성마저 무시하는 것에 해당하며 이는 인권위의 최대 위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국민이 헌재를 믿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안건에 대해선 “신분을 이유로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전원위에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은 부결됐다.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이 수정 의결되자 인권위 로비에서 대통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날 오전 8시 반경부터 서울 중구 인권위에 몰려온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들고 전원위원회 회의장으로 가는 14층 길목을 점거했다. 오전 10시 반경 20, 30대 지지자 30여 명이 14층에 모여 엘리베이터 3개를 막아섰다. 미국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복장을 한 남성은 한 손에 방패까지 들고 있었다. 이들은 14층에 내리려는 사람들을 막아서며 “무슨 일로 왔냐”, “지금은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지지자는 14층에 온 사람들에게 “시진핑 개XX, 김일성 개XX라고 말해봐라”, “이재명 욕을 해봐라”고 요구하면서 특정 언론사의 출입을 막았다. 출입하는 인물이 대통령을 지지하는지 검사한 뒤 길을 열어주던 이들은 “진보 단체는 막아야 한다”며 엘레베이터 앞에서 스크럼을 짜기도 했다. 일부는 인권위 직원들을 향해 “이재명 구속”을 외치거나 취재진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들어올 땐 환호하다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올 땐 욕설을 했다. 건물 내부 시위대는 오후 2시경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이 수정 의결되자 인권위 로비에서 대통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인권위 밖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오전 11시 반경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등 보수단체 회원 140여 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를 촉구했다. 오후 3시 반에는 탄핵에 찬성하는 집회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으나 경찰 통제로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안건 가결 소식이 들리자 인권위 1층에 모인 대통령 지지자 200여 명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김 상임위원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박창진 민주당 부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김용원은 내란 선동에 앞장서려거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서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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