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경찰서·소방서에 위문품으로 기증한 꽃게, 전부 반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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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9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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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부 소방서 염주센터 앞에 놓인 꽃게.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
광주 서부 소방서 염주센터 앞에 놓인 꽃게.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

광주 지역의 소방서와 경찰서에 익명의 시민이 살아있는 꽃게를 위문품으로 보낸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9일 광주 서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119안전센터와 인근 지구대 30곳에 각각 2kg짜리 생물 꽃게 상자가 배달됐다. 이외에도 병원 응급실, 보육원 등까지 포함해 총 280여 곳에 꽃게 상자가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된 모든 상자들 위에는 A4용지 1장짜리 편지 한 통도 같이 놓여 있었다.

광주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한 익명의 기부자는 “항상 저희를 위해 고생하시는 소방관님과 경찰관님께 작지만 마음을 담아 (활)암꽃게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맛있게 드시고 더욱더 힘내시라고 문 앞에 두고 간다”며 “농수산물이기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도 걸리지 않으니 편하게 드셔 달라”라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 당국은 관련 규정과 법률을 검토한 결과 이를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공무원 행동강령, 기부금품 및 모집의 사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경찰 및 소방 공무원은 행정 목적이 아닌 위문품 성격을 가진 물건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찰 지구대에 배달된 꽃게 상자. 광주 경찰청 제공
경찰 지구대에 배달된 꽃게 상자. 광주 경찰청 제공

기부받은 꽃게를 다른 기관에 기증할 수도 있지만, 살아있는 꽃게가 전달 과정에서 상할 우려가 있어 이 또한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은 지난 8일 오후 기부자에게 연락을 취해 지구대 등으로부터 꽃게를 수거해 모두 반환하기로 했다.

소방 당국도 이날까지 119안전센터 등으로 배달된 꽃게 상자의 개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광주시 기부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꽃게 반환 등 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규정과 법률을 검토해 보니 기부자 의도대로 처리할 수 없는 물품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찰은 원칙상 어떠한 위문품도 받을 수 없다. 절차에 따라 반환토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 관계자 또한 “소방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소방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더욱더 최선을 다하겠다”며 “수거된 꽃게는 모두 냉동 보관하다 기부심사위원회를 통한 적절한 방안이 나올 경우 결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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