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준 부모 신상공개 ‘배드파더스’ 운영자 유죄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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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적 기여 있지만 사적 제재”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원심 확정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운영자 구본창 씨(61)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사적 제재’는 위법이라는 취지다.

대법원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4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도 “개인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격권 및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사적 제재에 가깝다”고 판시했다.

구 씨는 2018년 9∼10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받은 사람 5명의 사진 등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 홈페이지에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사적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다만 “범행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다”며 벌금 100만 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공개하고 있다. 구 씨는 시행령 시행 후 사이트를 폐쇄했다가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사이트를 부활시켜 신상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양육비#배드파더스#사적 제재#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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