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아내 살인’ 혐의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구속 연장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0일 08시 43분


대형 로펌 출신…아내 둔기 살인 혐의
119보다 전직 의원 부친에 먼저 전화
검찰, 구속 10일 연장…31일까지 구속

검찰이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 국내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의 구속기간을 연장하고 수사를 이어간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석규)는 살인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A씨의 구속 기간을 오는 31일까지 연장했다.

A씨의 1차 구속기간은 오는 21일까지였다. 검찰은 구속 기간을 1회 10일 연장할 수 있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7시50분께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부부 싸움 중 아내를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직후 경찰이나 소방이 아닌 전직 국회의원인 부친 B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B씨가 현장에 도착한 이후 소방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9신고자 통화 녹취록’을 보면, 지난 3일 오후 7시49분께 119에 “여기 구급차가 급히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 아프다”는 A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119상황요원이 “가족 중 누가 아프냐”고 묻자 A씨는 “와이프”라고 답했다. 요원이 아내의 상태를 상세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하자 A씨는 “지금 다쳤다”며 “크게 다쳤다. 머리도 다치고 크게 다쳤다”고 말했다.

요원은 아내의 응급 처치를 위해 구체적인 상태를 물었지만 A씨는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다. 요원은 다른 사람을 바꿔달라고 했고, 이에 B씨가 요원에게 “일단 빨리 와 달라.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 사고가 나서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응급처치 필요 없고 병원으로 모셔다드리면 된다는 거냐”는 요원의 말에 “예”라면서도 “사고가 나가지고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원이 “응급처치를 알려 드리려고 여쭤보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하자 “우선 빨리 와달라. 그럴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요원은 응급처치가 필요 없냐고 다시 물었고, B씨는 “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기들이 있어가지고”라며 피를 흘리는 A씨 아내보다 아이들을 걱정했다.

소방은 신고 3분 만에 현장으로 출동하며 A씨에게 세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당시 A씨 부인의 상태를 ‘무의식, 무호흡, 맥박 없고, 바닥에 피가 흥건한 상태였으며, 목 외상, 이마열상, 두부출혈로 외상성 심정지’라고 추정했다. 소방은 응급처치를 하며 아내를 27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아내는 오후 9시께 사망했다.

A씨는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한국인으로, 국내 대형 로펌을 다니다 최근 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친은 검사 출신 전직 다선 국회의원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