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턱 선 아버지…군인 꿈 포기하고 간 떼어준 18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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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29일 1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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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가천효행대상 수상자 양희찬 군(왼쪽)과 최은별 양. 가천문화재단 제공
제25회 가천효행대상 수상자 양희찬 군(왼쪽)과 최은별 양. 가천문화재단 제공
간 기능 저하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해 준 고등학생 아들이 효행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9일 가천문화재단은 제25회 가천효행대상 수상자로 양희찬 군(18)과 최은별 양(15)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북 구미 금오공고에 재학 중인 양 군은 아버지가 간 기능 저하로 의식을 잃자 지병이 있는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 대신 자신의 간을 떼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양 군은 의사와 상담 후 이식 적합자로 판정 나자 곧바로 날짜를 잡아 간 이식 수술을 했다. 양 군 아버지는 수술 후 1년이 지난 현재 건강을 되찾았다.

양 군은 “(간 이식 수술로) 평소 꿈꾸던 직업 군인은 될 수 없겠지만 아버지를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며 “고교 졸업을 앞두고 공장에서 정밀기기를 다루는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기능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 신흥여중에 다니는 최은별 양은 어머니 없이 혼자 당뇨 증세를 보이는 아버지를 돌보며 집안일을 챙긴다.

아버지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 당뇨 증세가 악화했고, 결국 지난해 초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최 양 언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 후 따로 살고 있다. 정기적으로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 아버지를 병원까지 모시고 가는 일은 온전히 최 양 몫이다.

최 양은 아버지가 약을 거르지 않도록 잔소리하면서 식사까지 챙긴다. 아버지의 다리 근육이 굳지 않게 매일 다리를 주무르고 연고도 바른다.

최 양은 밝은 성격에 인사도 잘해 동네 어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그는 “틈틈이 동네 어르신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에서 받은 월급으로 아버지와 함께 외식도 한다”며 “내년에는 세무 분야를 배우기 위해 상고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효부상 대상은 연로한 시어머니를 모시며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과 아들을 돌보는 필리핀 출생 파자르도겜마 씨(56)가 받았다. 효행교육상 대상은 매월 25일을 ‘효의 날’로 지정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는 서울 강동고등학교가 받았다.

가천문화재단은 이외 가천효행상 본상 4명·특별상 4명, 다문화효부상 본상 2명, 다문화도우미상 대상 1개 단체·특별상 1개 단체, 효행교육상 본상 1명을 선정했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각각 장학금 300만~1000만 원과 100만 원 상당의 종합건강검진권 등이 상금과 부상으로 주어진다.

가천효행대상은 가천문화재단 설립자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1999년 고전소설 ‘심청전’의 무대로 추정되는 인천 백령도에 심청 동상을 제작·기증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가천문화재단 관계자는 “1999년부터 올해까지 효녀와 효부 313명을 찾아내 시상했다”며 “앞으로도 효를 중시하는 문화를 지키기 위해 가천효행대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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