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과 같은 60세 정년인데 기업 99%가 65세까지 고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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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계속고용’]
‘평생 현역’ 사회 정착해 나가는 日
정년 연장-재고용-정년 폐지 등… 다양한 선택지 줘 기업 부담 줄여
장기적-점진적 추진으로 충격 완화… 연금 수령 연령과 일치도 중요

14일 일본 도쿄 아다치구의 특수셔터 제작회사 ‘요코비키셔터’ 사무실에서 셔터 설계 담당자인 가나이 노부하루 씨(왼쪽)가 일하고 있다. 올해 81세인 그는 이 회사 최고령 직원이다. 도쿄=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4일 일본 도쿄 아다치구의 특수셔터 제작회사 ‘요코비키셔터’ 사무실에서 셔터 설계 담당자인 가나이 노부하루 씨(왼쪽)가 일하고 있다. 올해 81세인 그는 이 회사 최고령 직원이다. 도쿄=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4일 일본 도쿄 아다치구의 특수셔터 제작회사 ‘요코비키셔터’ 사무실에 들어서자 머리가 하얗게 센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곳 직원 34명 가운데 18명은 60세 이상이다. 최고령인 가나이 노부하루 씨(81)는 원자력 발전소 설계를 하다가 74세에 퇴직하고 2년 만에 이 회사에 입사했다. 그는 “아직도 모르는 것을 배우며 보람을 느낀다”면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통 60세가 넘으면 임금이 줄지만 가나이 씨의 월급은 올해 3만 엔(약 26만 원) 올랐다. 이 회사는 고령 직원의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임금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치카와 신지로 요코비키셔터 대표는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은 직원을 오래 고용하는 것이 살길”이라며 “고령 직원은 경험이 풍부해 이점이 많다”고 했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한국과 같은 60세다. 하지만 65세까지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계속 고용하도록 의무화해 사실상 ‘정년 65세’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도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는 고령자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자 고용 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일본 현장을 살펴봤다.

● ‘평생 현역’ 사회 구축하는 일본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1년 29.1%에서 2065년 38.4%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산업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근로자 본인이 원하면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65세까지 △정년 연장 △재고용 등을 통한 계속고용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 인건비 부담이 적은 재고용(70.6%)을 택하지만, 최근 정년을 연장한 기업도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1년 70세까지 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기업에 부과했다. 다만 65세 이후에는 프리랜서 계약이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선택지에 포함했다.

실제로 후지쓰, 소니, 닛산자동차, 일본생명 등 일본 기업(상시근로자 21인 이상)의 99.9%가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NTT도코모 출신인 사이토 료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국제국장은 “NTT도코모도 60세 정년 퇴직 후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며 “최근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60∼64세 취업률은 65세까지 고용이 의무화된 2006년 52.6%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73.0%였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슈쿠리 아키히로 고령자고용대책과장은 “고령자 취업률이 상승한 건 정책적 측면도 있지만 고령자 스스로 일하고 싶어 하는 의욕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일괄 정년 연장 아닌 선택지 부여

전문가들은 ‘장기간 점진적’으로 시행한 덕분에 일본의 고령자 고용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본은 통상 55세였던 정년을 1986년 60세로 올리도록 노력할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고,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2000년부터는 65세까지 고용할 ‘노력’ 의무를 부여하고,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고용을 의무화해 2013년 전면 실시했다.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의 김명중 수석연구원은 “후생연금(일본의 국민연금)의 수령 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상향되는 시기와 고령자 고용 확대 연령을 일치시켜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점이 중요했다”며 “한국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오르는 2033년에 맞춰 고령자 고용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괄적인 정년 연장 대신 기업에 다양한 선택지를 줘서 부담을 낮춰준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특임연구위원은 “일본 정부는 법으로 방향성 제시만 할 뿐 개별 기업 노사가 알아서 할 여지를 많이 둔다”며 “한국도 선택지를 열어두고 기업 사정에 맞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쿄=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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