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독도대첩 용사들의 국토 수호 정신 기억해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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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서 독도대첩 69주년 행사
당시 일본 공격 막은 정원도 옹 참석
“이순신 장군 심정으로 전투 임해”
국립대전현충원서도 추모식 열려

21일 경북 울릉군 북면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에서는 ‘이제 우리가 지켜냅시다. 대한민국 영토 독도’를 주제로 ‘2023 독도대첩 
기념행사’가 열렸다. 올해 처음 열린 이 행사는 1954년 일본 해상보안청의 침탈 시도를 막아낸 독도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경북도 
독도재단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했다. 울릉=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1일 경북 울릉군 북면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에서는 ‘이제 우리가 지켜냅시다. 대한민국 영토 독도’를 주제로 ‘2023 독도대첩 기념행사’가 열렸다. 올해 처음 열린 이 행사는 1954년 일본 해상보안청의 침탈 시도를 막아낸 독도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경북도 독도재단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했다. 울릉=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젊은이들이 ‘독도 수호 정신’을 앞으로도 잘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1950년대 독도의용수비대 제1전투대원으로 활동했던 정원도 옹(94)은 21일 경북 울릉군 북면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에서 열린 ‘2023 독도대첩 기념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1948년 6월 육군에 입대한 정 옹은 6·25전쟁 당시 태백산 전투에서 왼쪽 다리를 다쳐 1951년 중사로 제대했다. 1953년 홍순칠 대장 등과 함께 독도의용수비대를 결성해 독도대첩에서 일본의 공격을 막아내 경찰로 특채됐고, 1996년 4월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았다.

정 옹은 “당시 서기종 1전투대장이 가늠자 없는 박격포 1발을 일본 함정 ‘헤쿠라호’에 명중시킨 게 엊그제 기억처럼 생생하다”며 “울릉도에서 기념행사를 여는 건 매우 뜻깊은 일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가 지켜냅시다. 대한민국 영토 독도’를 주제로 올해 처음 열린 이 행사는 1954년 11월 21일 독도의용수비대가 일본 해상보안청의 침탈 시도를 막아낸 독도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경북도 독도재단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했다.

● 격렬한 사투 끝에 거둔 값진 승리


독도의용수비대는 1952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일명 ‘이승만 라인’을 선언한 후 일본 함정 출몰이 잦아지자 울릉도 주민들이 독도를 지키기 위해 1953년 자발적으로 결성했다. 1953년 4월 독도에 상륙해 1956년 12월 경찰에 업무와 장비를 인계할 때까지 총 33명이 대원으로 활동했다. 독도를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 1954년 12월 정 옹을 포함해 대원 9명이 경찰로 특채됐다.

홍 대장 회고록 등에 따르면 1954년 한 해 동안 일본과 6차례 크고 작은 전투가 있었는데, 독도대첩 전투 때 가장 격렬한 사투가 벌어졌다.

당시 일본 해상보안청 무장 순시선 ‘헤쿠라호’는 독도의 서도 북서쪽으로, ‘오키호’는 동도 쪽으로 다가오며 마치 독도를 포위하듯 감쌌다. 일본 함정은 각각 2문의 포를 장착하고 있었고, 동도와 서도로부터 약 1300m 지점에 닻을 내리고 전투 준비를 했다.

오전 7시경 홍 대장의 총성을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됐다. 6·25 때 명사수로 이름을 날렸던 서 1전투대장이 쏜 박격포 1발이 헤쿠라호에 명중하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독도의용수비대는 이날 박격포 9발, 중기관총 500여 발, 경기관총 500여 발을 발포해 상륙을 시도하던 두 일본 함정을 격퇴시켰다. 일본 NHK 뉴스는 “다케시마(독도) 경비대 함정이 한국의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고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독도의용수비대가 열악한 무기 상황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검은 칠을 해 만든 ‘통나무 대포’를 독도 정상 주변에 설치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정 옹은 “임진왜란 당시 부족한 배와 장비로 적군을 물리쳤던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대원 모두가 전투에 임했다”며 “특히 홍 대장이 무기와 물자, 식량 보급까지 해결하느라 누구보다 고생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 “독도 지켜야 한다는 각오 다져”


이날 행사에선 독도를 위해 헌신한 독도의용수비대의 영령을 기리는 추모식이 진행됐다. 이어 울릉군 장흥농악단 길놀이 공연, 울릉독도난타 공연, 울릉도아리랑 공연 등도 이어졌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환영사에서 “내년 11월 21일은 군민들을 위한 임시 공휴일 지정을 건의해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라며 “독도를 관할하는 자치단체장으로서 앞으로도 영유권 수호에 군민들과 함께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행사에는 정 옹을 비롯해 남 군수, 한종인 울릉군의회 부의장, 전경준 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 회장, 유수호 독도재단 사무총장, 이병용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사무국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울릉초교 학생들도 자리를 지켰다. 이 학교 6학년 김동해 군(12)은 “독도대첩 역사를 제대로 알고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철우 독도재단 이사장(경북도지사)은 “독도의용수비대 33명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이면서 그 뜻을 이어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날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독도의용수비대 묘역에서도 ‘제69주년 독도대첩기념 및 독도의용수비대 영령 추모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서영득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장과 황원채 국립대전현충원장 등 180여 명이 참석했다. 서 회장은 추모사에서 “대원들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사명감은 다음 세대에도 이어져 독도와 함께 우리 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엔 경기 수원 삼일공고 학생 40여 명도 참석해 대원들의 영령을 추모했다. 학생 중 한 명인 이민한 군(17)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독도를 지켜야 할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울릉=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독도대첩#국토 수호 정신#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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