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머물면 130만원 지급” 지자체 생활인구 유치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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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생활인구 느는 지자체 지원”
밀양 “안내소 설치해 유입 늘릴것”
중소도시들, 명예군민 등에 할인
워케이션 사업 유치에도 공들여

충북 단양군의 ‘디지털 관광주민증’ 3000번째 발급자인 보컬 그룹 ‘울랄라세션’이 자신들의 디지털 주민증을 내보이고 있다. 단양군은 생활인구 유치의 일환으로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자가 주요 관광지와 체험시설을 이용할 때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단양군 제공
충북 단양군의 ‘디지털 관광주민증’ 3000번째 발급자인 보컬 그룹 ‘울랄라세션’이 자신들의 디지털 주민증을 내보이고 있다. 단양군은 생활인구 유치의 일환으로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자가 주요 관광지와 체험시설을 이용할 때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단양군 제공
“관광객 10만 명이 한 번 방문하고 돌아가는 것보다는 1만 명이 10번 찾게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경남 밀양시의 박은진 소통협력센터장은 “내년 초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관계안내소’를 만들어 방문객이 조금이라도 지역에 더 머물도록 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밀양시는 올 9월 기준으로 인구가 10만2000여 명으로 조만간 10만 명 선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박 센터장은 “상주 인구를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출퇴근, 통학, 관광 등의 목적으로 찾는 ‘생활인구’를 늘려 지역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생활인구’는 행정안전부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한 제도다. 주민등록 인구뿐 아니라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일 경우 생활인구로 인정하는데 행안부는 향후 지방교부세 교부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팝업스토어 만들고 생활인구 유치
행안부가 생활인구 사업에 나선 것은 상주 인구를 늘리는 기존 대책만으론 지방 소멸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인구 유치 경쟁이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자체들도 생활인구 유치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밀양시는 관계안내소 개소와 함께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부산,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 등에 팝업스토어 형식의 관계안내소도 운영할 방침이다. 밀양을 자주 찾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밀양 체류를 희망하는 만 19∼39세 청년에게 4박 5일 체류비로 최대 130만 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10일 시작했다. 박 센터장은 “밀양의 특산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복합문화공간 등을 운영하며 자주 찾고 머물고 싶은 장소라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역시 생활인구와 유사한 ‘관계인구’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1778개 지자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171개 지자체가 관계안내소를 운영하고 있다.

● 이웃 지자체 공략하며 각종 할인 제공
생활인구는 지자체 간 인구 빼앗기 경쟁도 방지할 수 있다. 이웃 지자체에서 생활인구를 유치해도 상주인구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웃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충북 증평군은 증평을 오가는 청주시, 괴산·진천·음성군 주민들에게 휴양시설 숙박료를 10∼30% 할인해 주고 있다. 충북 단양군도 올해 6월부터 명예군민 격인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하고 주요 관광지와 체험시설 16곳을 이용할 때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관광주민증 발급 건수는 2만5000건을 돌파해 이미 단양군 인구(약 2만7700명)에 육박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생활인구 유치는 지자체들이 함께 사는 ‘윈윈 전략’이 가능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워케이션(Worcation·일과 휴가의 병행) 사업에 공들이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부산은 올 2월 동구 아스티호텔 최상층(24층)에 부산워케이션 거점센터를 열었다. 닷새 이상 머물 경우 체류비로 1인당 5만 원을 지원한다. 경북도도 ‘일쉼동체’를 주제로 자연 속 공유오피스와 사무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생활인구의 정의가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원지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생활인구로 인정하는 기준과 측정 방식을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이때 출퇴근이나 통학이 제한적인 농촌 지역 특성을 고려한 배려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양=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단양=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생활인구 사업#관계인구#워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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