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검사-6급이하 공무원 임금, 호봉 대신 직무 비중 높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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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과도한 연공성 낮출 필요”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 가능성
내달 근로시간 개편 여론조사 발표
尹정부 노동개혁 다시 본격화될 듯

상반기(1∼6월)에 ‘주 69시간 근무 논란’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정부의 노동개혁이 내달부터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공무원 임금 체계 개편도 고용노동부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개혁 과제 중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해 이성희 고용부 차관(사진)은 2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6∼9급, 법관, 검사 등 공무원부터 호봉제, 즉 연공서열 임금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무원 임금 체계 시스템도 개편 가능성이 제기된다.

● 1948년부터 호봉제… “정부부터 바꿔야”

일반 기업은 박근혜 정부를 전후로 성과, 직무 중심의 임금 체계가 확산됐다. 그러나 공무원은 1948년 법으로 임금 체계를 정한 이후 호봉제 틀을 고수하고 있다. 5급 이상 공무원에 한해 2017년부터 연봉제가 제한적으로 도입됐지만, 6∼9급 공무원을 비롯해 검사 법관 등은 여전히 근속 연수가 길어지면 급여도 오르는 호봉제다. 인사혁신처의 올해 일반직 공무원 봉급표를 보면 6∼9급은 1호봉에서 최대 32호봉까지 나뉜다. 6급 1호봉은 218만6800원, 32호봉은 454만6300원이다. 법관의 보수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올해 일반 법관 1호봉은 334만9800원, 17호봉은 878만9800원이다.

이 차관은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기자를 만나 공무원 임금에 대해 “과도한 연공성을 좀 낮출 필요가 있다”며 “공무원 임금 테이블을 보면 호봉 인상분이 너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공무원들이 서로 똑같은 일을 해도 호봉이 다르면 임금 인상 폭이 다르다”고 지적하며 “(근무 연한보다는) 직무 가치가 상승하면 그에 상승해 임금이 상승하는 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당장 민간 기업처럼 바꿀 수는 없지만 호봉 상승분이 차지하는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성과나 직무 관련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역대 정부도 공무원 임금 체계를 바꾸려 했으나 공무원 노조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는 “기업에는 임금 체계를 바꾸라고 하면서 정작 공무원들은 옛날 호봉제를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공무원 임금 체계 개편은 대통령실부터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 등 범부처적 논의가 필요하고 국회에서의 법 개정도 동반돼야 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이 차관은 “공공부문 임금 개편은 장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야 하고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개편을 한 해에 뚝딱 해치우려는 발상은 그 자체가 ‘사상누각(모래 위에 지은 누각)’”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공무원 임금 체계 개편을 추진한 일본은 검토와 논의, 노사 대화만 5년을 거쳤다. 그런 뒤 2005년 호봉금 상승 비율을 줄이고 직급 차이에 따른 상승분을 늘리는 식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했다.

● 근로시간 개편 여론조사 내달 발표 전망


고용부 산하 상생(相生) 임금위원회는 임금 체계를 포함한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10월 이후 위원회의 논의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내달 중순경 발표할 계획이다. 노사 의견 추가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새로운 근로시간 기준 등을 내놓게 된다.

앞선 3월 정부는 주 기준이었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 기준으로 확대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 52시간’에 묶여 있던 근로시간을 바꾸기 위해서다. 하지만 장시간 근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수정안을 준비해 왔다. 이 차관은 ‘69시간제’ 논란에 대해 “공론화가 충분하지 못했다. 국민 의사를 더 반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시간 개편이 모든 업종, 직종에 똑같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직종별, 업종별 차등 적용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9일 대통령고용노동비서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거친 이 차관을 비롯해 차관 12명 인사를 단행할 당시 “개혁 과제 추진이 지지부진한 분야는 대통령의 장악력을 높여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차관은 “부처, 여당, 대통령실 간에 정책을 놓고 엇박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의 과제”라며 “대통령실부터 국회, 정부가 서로 다른 해석을 하지 않도록 개편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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