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아동’ 방지…출생통보 이어 보호출산 도입 가시화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27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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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제정안, 다음 달 본회의 통과할 듯
내년 7월 출생통보제 동시 시행…예산 등 준비
출산 전 상담…친부모 동의 하 출생 정보 열람

임신부가 익명으로 아이를 낳은 뒤 지자체에 아이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7월 출생통보제와 함께 도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위기 임신 및 보호 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은 이르면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행일은 출생통보제와 같은 내년 7월19일이다.

지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친 후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보호출산제는 산모가 신원을 숨긴 채 지자체를 통해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아동의 ‘뿌리를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출산 기록을 남겨 추후 산모 및 자녀의 동의 하에 정보를 제공한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해외에서는 각각 익명출산제 또는 신뢰출산제, 영아피난제 등으로 불린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는 수원에서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영아가 살해된 채 발견된 이른바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으로 촉발됐다.

보건복지부(복지부)가 2015~2022년에 출생한 임시신생아번호 아동 2123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소 24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최소 1095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올해 1~5월 태어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144명 중에서는 7명이 숨졌고 15명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수사 과정에서 베이비박스 유기 및 불법 매매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난 6월 국회에서는 영유아 출생신고 누락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하는‘출생통보제’가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출생통보제만 시행할 경우 신원이 밝혀지기를 원치 않는 산모들이 병원 밖에서 위험하게 출산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임신부와 신생아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출산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며 정부·여당은 두 제도의 동시 도입을 추진해왔다. 다만 야당을 중심으로 익명 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반대 입장이 제기돼 논의가 지연됐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살펴보면 익명 출산을 원하는 임신부는 상담기관으로부터 보호출산 절차와 법적 효력 등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출산·양육 지원 복지 서비스를 연계 받는다.

임신부가 가명 또는 관리번호를 부여 받아 익명으로 신생아를 출산하면 아동의 출생정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등록되며 심평원은 지자체에 보호출산 사실을 통보한다. 지자체는 출생신고를 하고 후견인으로서 아동을 보호하게 된다.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동은 아동권리보장원에 출생증서 등 자신의 친부모 정보와 정확한 생년월일과 장소 등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산모나 생부의 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사항이 제외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친부모가 사망했거나 청구인의 의료상 목적이 있다면 친부모의 동의와는 관계 없이 정보를 볼 수 있다.

복지부는 내년도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보호출산 상담기관 지정과 보호출산 정보를 비식별화해 안전하게 보관할 시스템 구축 등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예산 당국과 관련 예산도 반영하기 위해 물밑 논의 중”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국회 예산심의 등을 통해 추후 포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혼모 단체 등은 여전히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익명 출산 또는 양육 포기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위기 임산부에 대한 경제적 또는 정서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독일 등 익명 출산제를 도입한 해외 국가에서도 익명 출산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영아 유기·살해 등 학대가 감소한 사례가 있다”며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베이비박스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를 표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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