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하루 햇볕에 데워진 미지근한 물 속에서 밤동안 열대야를 겪은 히뽀를 위해 시원한 등목이 준비됐다.
사육사가 찬물이 쏟아지는 호스를 들고 다가가자, 히뽀가 사육사를 알아보고 반가워서 물 속에서 고개를 내민다.
‘쏴아아’ 물이 쏟아지자 히뽀는 입을 벌리고 시원하게 세수를 받았다. 즐거운지 물을 뿜는다.
다음은 모녀 코끼리 봉이(26)와 우리(10)의 샤워 순서다. 사육사가 모서리에 서서 샤워 시설의 물을 틀었다.
엄마인 봉이가 특히나 신이 나 온몸으로 물을 받아낸다. 코를 들고 꼬리를 흔들며 즐겁다는 티를 내기도 했고, 얼굴 세수가 끝난 다음에는 스스로 뒤를 돌아서 엉덩이까지 제대로 샤워를 마쳤다.
사육사는 봉이와 우리를 위해 특식으로 얼음 과자도 준비했다. 수박과 사과, 파인애플, 단호박, 당근 등을 영양제 섞은 물에 넣고 얼렸다.
코끼리 모녀는 얼음 과자를 한 발로 쾅 부신 뒤 하나씩 코로 집어 맛나게 해치웠다. 딸 우리는 맛있는지 ‘뤼히히’ 콧소리를 내기도 했다.
물 속 동물들도 더위에 지치긴 마찬가지다. 최근 입맛이 없어 밥과 간식 모두 양이 줄었다. 물 속 동물들을 위해선 보양식이 준비됐다.
평소 고등어를 먹는 물범에게는 특별히 여름철 보양식 ‘장어’가 제공됐다. 꿈틀거리는 생장어를 사육사가 손에 들고있자, 물범이 순식간에 낚아채 후루룩 빨아 먹었다.
미꾸라지로 식사를 하는 수달에게도 이날 얼음해산물케이크가 주어졌다. 전복과 연어, 랍스타 등 값비싼 해산물이 꽁꽁 얼려져 있는 케이크를 수달이 맛나게 먹어치웠다.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지친 동물들을 위해 광주 우치공원관리사무소는 우치동물원에서 특별한 여름나기 행사로 동물 얼음 특식주기 행사를 열었다. 다람쥐원숭이가 매달린 과일빙수를 따먹고 있다.2023.8.3/뉴스1 원숭이들은 과일을 잘게 잘라 비타민과 섞어 얼린 ‘과일 빙수’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키위와 블루베리, 수박, 샤인머스캣 등으로 만든 얼음 덩어리를 밧줄에 매달아 장난감처럼 우리에 달곤 손으로 통통 치며 더위를 이겨낸다.
정하진 우치공원관리사무소 동물복지팀장은 “동물들의 슬기로운 여름나기를 위해 고온이 지속될 경우 야외가 아닌 내실에서 쉬게하고 있다”며 “또 주 1회 얼린 음식 등 특식을 제공해 더위를 식히면서 보양하게 돕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는 지난 7월25일부터 폭염특보가 유지되고 있으며, 이날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기상청은 당분간 대부분 지역에서 34도 이상 오르는 찜통 더위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