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사 “만삭일 때 배 차고 침 뱉는 학생…참고 덮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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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25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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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극단 선택으로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2023.7.24/뉴스1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극단 선택으로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2023.7.24/뉴스1
서울 서초구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과도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등 ‘교권 추락’을 겪는 현실들이 드러났다.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22년 차인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몇 년 새 교사 커뮤니티에서 교직 생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악성 민원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교사로서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자괴감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뾰족한 가위로 친구를 위협해서 놀란 선생님이 소리 지르며 그만하라고 막았더니 보호자가 ‘소리 지른 것에 애가 놀라서 밤에 경기를 일으킨다’며 교사를 정서 학대로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계속해서 제지했더니 다른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애를 공개적으로 지적해 망신을 줬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하기도 했다”며 “그래서 밖으로 불러내 따로 이야기하면 ‘왜 수업을 못 받게 학습권을 침해하냐’고 한다”고 전했다.

A 씨는 “저도 임신해서 만삭일 때 배를 발로 차고, 침 뱉는 아이들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아이가 특수학급 아이였고, 학부모도 예민한 분이었다. ‘선생님이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해서 사과를 못 받고 그냥 덮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악성 민원에 맨몸으로 노출돼있다. 학교 측에서도 교사에게 사과시키고 일을 덮으려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교사들은 ‘네가 애들에게 그래서는 되겠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존감이 무너지고 자괴감을 느낀다. 그동안 폭력을 각자 견뎌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을 제지했을 때 정서 학대 등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교사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생활지도에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제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교사가 대부분 이런 일을 경험하거나 동료 교사들의 일로 보고 들었을 것”고 덧붙였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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