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 유족 “다신 비극 없게 근본 대책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사병 영결식
14박 휴가로 무리한 수색 독려 의혹
해병대 “포상휴가 내세운 적 없다”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의 어머니(오른쪽)가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채 상병의 동기를 안은 채 오열하고 있다. 포항=뉴시스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의 어머니(오른쪽)가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채 상병의 동기를 안은 채 오열하고 있다. 포항=뉴시스
“항상 ‘누구보다 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주던 수근아, 너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니 가슴이 찢어질 거 같아….”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고 채수근 상병(20)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마친 진승현 일병이 유족 앞으로 다가오자 채 상병의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 일병을 끌어안고 한참 울다 주저앉았다. 진 일병은 중대에서 유일한 동기생으로 서로 꿈과 고민을 나누던 사이였다.

결혼 10년 만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은 외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어머니는 헌화를 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라며 오열하다 실신해 응급 치료를 받았다. 채 상병은 19일 오전 9시 3분경 경북 예천군 석관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실종됐고, 오후 11시 8분경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는 일병에서 상병으로 일계급 추서하는 한편 순직 결정과 함께 병사가 받을 수 있는 상훈 중 가장 훈격이 높은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

해병대장(葬)으로 열린 이날 영결식에서 채 상병 유족 측은 “많은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이 같은 비통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결식을 마친 채 상병의 유해는 같은 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한편 채 상병의 순직을 두고 해병대 측이 ‘실종자 발견 시 14박 15일의 포상 휴가를 주겠다’며 무리하게 수색을 독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18일 민간인 실종자를 발견한 해병대원에게 해당 부대 지휘관의 건의에 따라 2주간의 포상휴가를 승인했다”면서도 “수색 현장에 투입된 장병들에게 포상휴가를 내세워 무리한 작업을 독려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포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사병 영결식#무리한 수색 독려 의혹#다신 비극 없게 근본 대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