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명령 어기고 업무지시…대법 “지시 거부 이유 해고 위법”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11일 13시 23분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의 적법성을 가리는 소송 도중 회사가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내리자 근로자가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계조치한 것은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B사 품질관리팀에서 일하던 중 팀장의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스템관리팀으로 전보조치됐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전보발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며 A씨를 원직(품질관리팀)에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B사는 A씨를 품질관리팀이 아닌 생산1팀으로 보냈다. A씨가 근무를 거부하자 회사는 A씨를 시스템관리팀으로 다시 보내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B사는 중노위의 구제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고 법원은 전보발령이 정당하다며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B사는 A씨가 시스템관리팀 팀장·과장의 업무지시를 거부하고 교육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했다.

A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다시 구제신청을 했지만 지노위에 이어 중노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B사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해놓고 A씨가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이 정당한지였다.

1·2심은 B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앞서 전보발령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됐다”며 “B사가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고 내린 업무지시가 부당하거나 A씨가 회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의 업무지시 거부 행위를 비위행위로 보고 해고 처분한 B사의 결정이 적법하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B사가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한 뒤 그 업무지시 거부를 이유로 한 징계는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고 봤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은 행정처분으로 회사는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할 공법상 의무가 있다.

대법원은 “비록 추후 구제명령 취소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취소 전까지 구제명령이 유효하다고 믿은 근로자의 신뢰 등을 고려해 징계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A씨가 시스템관리팀장의 업무 지시와 교육 참석을 거부한 것은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었다.

대법원은 “A씨는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구제명령을 신뢰해 업무지시를 거부했다”며 “A씨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업무지시 내용과 경위, 지시 거부 행위의 동기, 중노위가 구제명령을 한 이유, 구제명령과 관련한 소송 경과와 구제명령이 취소된 이유, 구제명령에 대한 근로자 신뢰의 정도와 보호 가치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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