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챙이들, 돌하르방 넣은 ‘제주표 돌담’ 세계에 알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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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빛나예술학교 조환진 교장 등 6명
이탈리아 돌담쌓기 대회서 기량 펼쳐
국제 워크숍서 제주 돌 문화 알리기도
23일엔 아일랜드 ‘돌 축제’ 참가… 10월 제주서 국제 돌담축제 열려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 테라뇰로 마을에서 열린 국제돌담쌓기대회에 참가한 제주의 석공들이 돌하르방을 넣은 높이 2m의 돌담을 완성하며 제주 돌문화와 기술을 알렸다. 돌빛나예술학교 제공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 테라뇰로 마을에서 열린 국제돌담쌓기대회에 참가한 제주의 석공들이 돌하르방을 넣은 높이 2m의 돌담을 완성하며 제주 돌문화와 기술을 알렸다. 돌빛나예술학교 제공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인 테라뇰로 마을에서 18일(현지 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제주의 ‘돌챙이’(석공을 뜻하는 제주 방언)들이 돌담 쌓기 경연을 펼쳤다.

제주 석공들은 이탈리아 테라스돌담협회가 주최한 ‘사시 에 논 솔로’ 축제에 참가해 해외 석공들과 실력을 겨뤘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제주 등지에서 참가한 6개 팀이 가로 2m, 세로 2m 규모로 겹담을 쌓았다. 제주 석공들은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돌담 상부에 높이 40cm의 돌하르방을 넣는 센스를 발휘했다. 견고성, 예술성, 기술 등이 심사 기준인 이 대회에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 팀이 우승했다.

이 축제 이름은 ‘단지 돌만이 아니다’란 뜻을 담고 있다. 올해 돌담 쌓기 경연은 7번째 마련됐다. 경연을 비롯해 담 쌓기 수업, 돌 문화 세미나 등이 열렸다.

제주에서는 돌담 교육을 하는 제주시 한림읍 돌빛나예술학교 조환진 교장(49)을 비롯해 김창원(56), 이경택(52), 이승우(27), 진창수(59), 한경희(57) 씨 등 석공 6명이 참가했다. 이탈리아 테라스돌담협회 이사인 마르게리타 에르미리오의 소개로 축제에 참가한 조 교장은 “경연이라기보다는 세계 석공들의 친선 도모 행사 성격이 강하다”며 “돌담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제주 돌담의 특성을 알리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제주 석공들은 23일부터 25일까지 아일랜드 도니골 지역에서 열리는 ‘돌 축제’에도 참가한다. 이 축제에서 도니골 시내 성당 앞에 1.4m 높이의 돌하르방을 세우고 주변에 돌담을 쌓을 예정이다. 돌빛나예술학교가 도니골 지역 석공단체와 교류하기로 한 협약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도니골은 제주시 한림읍 ‘성 이시돌 목장’을 설립하는 등 지역에 큰 공헌을 하고 2018년 선종한 패트릭 J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의 고향이다.

앞서 제주 석공들은 7일부터 11일까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돌담워크숍에 참여해 제주의 돌 문화를 알리고 높이 2.5m의 방사탑을 쌓기도 했다. 조 교장은 “제주 현무암의 특성상 표면의 거친 질감이 돌과 돌 사이의 마찰력을 극대화해 주기 때문에 한 줄(외담)로 쌓아도 튼튼하게 버티는데 외국에서는 두 줄로 쌓는 겹담이 대부분이다”라며 “제주의 돌담이 가진 가치와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 돌은 용암이 굳으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각기 개성이 살아있다. 이는 돌담 축조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른 나라나 육지부의 돌은 벽돌 쌓듯이 높이를 맞추는데 제주의 돌은 하나하나 모양이 달라 입체적인 형태에 맞는 위치를 찾아서 쌓는다. 제주 돌담은 마찰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2m가 넘는 외담을 쉽게 볼 수 있고 태풍이 몰아쳐도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다.

화산섬인 제주에서 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목재보다 돌을 이용한 생활용품이 많다. 제주시 외도동 유적지에서 3세기 전후로 추정되는 탐라국 초기 취락에 석축이 확인될 정도로 오랜 돌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돌담은 강풍과 우마 침입으로부터 초가와 밭작물을 보호하기도 했으며 방어시설, 사냥, 토지 경계 등으로 활용됐다. 조선시대에는 제주의 국가 목장을 관리하기 위해 ‘잣성’ ‘잣담’으로 불리는 돌담을 대규모로 조성하기도 했다.

조 교장은 “돌담 쌓기는 인류의 정착과 함께 시작한 원초적인 공통 행위로, 돌담 안에는 그 시기 정신과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며 “10월에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일본 등지 석공이 참여하는 돌담축제를 제주에서 개최해 돌 문화를 교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표 돌담#돌빛나예술학교#이탈리아 돌담쌓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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