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코로나”…전국 선별검사소 모두 운영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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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두 번 감염됐을 때 모두 여기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선별검사소가 없어진다니 시원섭섭한 기분이네요.”

1일 낮 12시 40분경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만난 박모 씨(38)는 “의료진들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굿바이 코로나’도 없었을 거다.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그의 눈 앞에선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진행했던 임시선별검사소가 운영을 마치고 해체되고 있었다.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산 후 시행됐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 일부 감염 취약시설을 제외하고 모두 해제됐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낮아졌기 때문인데, 시민들은 곳곳에서 일상 회복을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 전국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중단
이날 서울역 앞에선 시민 10여 명이 발걸음을 멈춘 채 선별검사소 해체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박스를 나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곳은 2020년 12월 14일 설치된 전국 첫 임시선별검사소다. 서울역 인근 주민 변모 씨(58)는 “답답했던 코로나19와 이젠 정말 작별할 시간”이라며 웃으며 철거된 자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전국의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은 1일부로 모두 중단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전부터 문을 닫는 곳이 적지 않았다. 철거업체 관계자는 “그 동안 임시선별검사소를 매주 2, 3건씩 철거하며 엔데믹(풍토병화)을 실감했다”고 했다.

출퇴근길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 3월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에도 조심스러워하던 이들이 조금씩 ‘마스크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도 마스크 없이 수업을 듣는 일이 보편화됐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학교와 학원에서 마스크를 안 쓴 채 수업을 듣는 게 어느새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 “확진자도 마스크 없이 다닐텐데” 불안도
이날부터 동네 의원와 약국 등에선 의료진과 약사, 환자 모두 마스크 착용의무가 사라졌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용산·마포·중구 일대 병원과 약국 등 총 17곳을 돌아본 결과 의료진과 약사들은 여전히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환자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였다.

중구 신당동의 한 이비인후과 간호사 김모 씨(48)는 “오늘 온 환자 10명 중 9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마스크가 답답해 보이는 어르신 환자에게 ‘벗어도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직은 걱정된다며 안 벗으시더라”고 전했다. 같은 병원에서 만난 박수진 씨(27)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감기 기운이 있기도 하고 혹시 코로나19에 확진됐을까봐 마스크를 쓰고 왔다”고 했다.

약국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중구의 한 약국 약사 박모 씨는 “출입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안내판을 오늘 떼 버렸는데 손님 80% 이상이 마스크를 쓴 채 들어오더라”고 했다. 용산구 청파동 한 약국에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 약국 약사는 “독감 환자가 많아 아직 마스크를 벗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했다.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마포구 망원동 한 약국에서 나오던 박모 씨(79)는 “4년 전부터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는데 확진자 격리 의무도 사라져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마스크 없이 돌아다닐거라고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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