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육군 5사단 최전방 경계부대(GOP)에서 병사간의 가혹행위가 발생했지만,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8월 말 경기 연천군 5사단 GOP 상황병으로 배치받은 A 이병(현재 일병)이 업무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B 상병(현재 만기 전역)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B 상병은 A 이병이 질문을 했을 때 ‘닥치고 기다려라’고 말하거나 A 이병이 실수하면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느냐’며 화를 내고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외에도 A 이병이 침대에 다리를 꼬고 있거나 독서·스마트폰을 보는 행위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B 상병의 지속된 괴롭힘에 A 이병은 B 상병을 볼 때마다 공황 증세가 나타났다”며 “해당 GOP 소초장(소대장)은 B 상병이 A 이병에게 폭언·욕설하는 걸 지켜보고도 묵인·방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후 A 이병의 부모는 같은 해 9월 말 아들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군에 연락했지만, 소대장은 “가르쳐주는 상병이 답답해한다”며 B 상병 편을 들었다고 한다.
소대장은 A 이병에게 ‘부모님과 면회를 하면 B 상병이 전출 갔다고 하라’라고 거짓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상병은 결국 GOP 내 다른 보직으로 이동했지만, A 이병은 B 상병과 매일 마주치고 무전으로 업무상 소통을 해야 했다.
A 이병은 정신 건강이 악화해 같은 해 11월 초 민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됐다. 의사 판단과 소속 연대 여단장의 안내로 A 이병 부모는 올해 1월 현역 부적합 심의를 신청했지만, 군은 2회에 걸쳐 ‘계속 복무’ 결정을 내렸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멀쩡히 입대했는데 괴롭힘과 부대의 방치 속에 병을 얻은 A 이병은 이제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두려움까지 안고 기약 없는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당 부대는 지난해 10월경 사건을 인지한 즉시 A 이병과 B 상병을 분리했다”며 “A 이병 측의 요청에 따라 B 상병의 생활관 및 보직을 변경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A 이병 측의 민원을 접수한 즉시 조사를 실시해 지난 1~2월 법과 규정에 의거 관련자들을 징계처분했다”며 “A 이병의 고소에 따라 군 수사기관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부대는 A 이병의 치료를 위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 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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