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치고 기다려라”…육군 5사단 GOP서 선임이 후임에 상습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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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27일 13시 18분


육군 GOP. 뉴스1
육군 GOP. 뉴스1

지난해 육군 5사단 최전방 경계부대(GOP)에서 병사간의 가혹행위가 발생했지만,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8월 말 경기 연천군 5사단 GOP 상황병으로 배치받은 A 이병(현재 일병)이 업무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B 상병(현재 만기 전역)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B 상병은 A 이병이 질문을 했을 때 ‘닥치고 기다려라’고 말하거나 A 이병이 실수하면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느냐’며 화를 내고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외에도 A 이병이 침대에 다리를 꼬고 있거나 독서·스마트폰을 보는 행위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B 상병의 지속된 괴롭힘에 A 이병은 B 상병을 볼 때마다 공황 증세가 나타났다”며 “해당 GOP 소초장(소대장)은 B 상병이 A 이병에게 폭언·욕설하는 걸 지켜보고도 묵인·방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후 A 이병의 부모는 같은 해 9월 말 아들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군에 연락했지만, 소대장은 “가르쳐주는 상병이 답답해한다”며 B 상병 편을 들었다고 한다.

소대장은 A 이병에게 ‘부모님과 면회를 하면 B 상병이 전출 갔다고 하라’라고 거짓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상병은 결국 GOP 내 다른 보직으로 이동했지만, A 이병은 B 상병과 매일 마주치고 무전으로 업무상 소통을 해야 했다.

A 이병은 정신 건강이 악화해 같은 해 11월 초 민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됐다. 의사 판단과 소속 연대 여단장의 안내로 A 이병 부모는 올해 1월 현역 부적합 심의를 신청했지만, 군은 2회에 걸쳐 ‘계속 복무’ 결정을 내렸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멀쩡히 입대했는데 괴롭힘과 부대의 방치 속에 병을 얻은 A 이병은 이제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두려움까지 안고 기약 없는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당 부대는 지난해 10월경 사건을 인지한 즉시 A 이병과 B 상병을 분리했다”며 “A 이병 측의 요청에 따라 B 상병의 생활관 및 보직을 변경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A 이병 측의 민원을 접수한 즉시 조사를 실시해 지난 1~2월 법과 규정에 의거 관련자들을 징계처분했다”며 “A 이병의 고소에 따라 군 수사기관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부대는 A 이병의 치료를 위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 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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