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승진 대가로 뇌물받은 前소방청장 “국회 필요 없어…靑인사담당과 청장이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6일 16시 12분


최병일 전 소방청 차장의 승진을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신열우 전 소방청장이 당시 최 전 차장에게 “국회고 지X이고 필요 없다. 청와대 인사담당관과 청장이 다 결정한다”며 자신에게 뇌물을 주도록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청탁 대가로 500만 원과 명품 지갑 받아
26일 법무부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에 제출한 신 전 청장과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A 씨 공소장에 따르면 신 전 청장은 2021년 2월 8일 당시 소방감이었던 최 전 차장으로부터 5만 원권으로 200만 원이 든 봉투를 받은 뒤 “이전 소방정감 탈락 원인이 된 청와대 인사 검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고위직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관 A 씨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흘 후인 같은 달 18일 최 전 차장과의 통화에서는 “(당신은) 돈은 있잖아. 그래서 명예를 가지려면, 인사검증만 통과되면 내가 손들어 줄 수 있냐고 (내게) 물었고 내가 하겠다고 했잖아”라고 승진 조력을 거듭 약속했다. 또한 “일단 미끼는 약속을 하라”는 등 뇌물 공여도 재차 요구했다.

한달여 후인 3월 11일에는 “일단은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가 잘 풀릴 것 같고 거의 95%는 풀려가고 있다”고 전하면서 “내가 요즘 진짜 힘들다. 솔직히 말해 여기는 10원도 없고 나는 돈을 써야 된다. 누구를 만나거나 차비도 줘야 하는데”라고 최 전 차장의 승진 및 인사고과를 챙겨주고 있음을 밝히면서 뇌물을 달라는 뜻을 재차 내비쳤다.

이에 최 전 차장은 같은 달 30일 오후 세종시 한 음식점에서 신 전 청장을 만나 현금 300만 원이 든 봉투와 시가 90만 원 상당의 명품 ‘루이비통’ 지갑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넸다.

● 청와대 행정관 A 씨에겐 500만 원 전달
신 전 청장은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 A 씨에게 뇌물을 주도록 한 뇌물공여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신 전 청장은 최 전 차장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A 씨를 만나기로 했다고 하자 “그러면 술 한잔 하면서 일단 A 씨에게 ‘차비’만 그날은 주고 ‘제가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하라”고 하는 등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이에 따라 최 전 차장은 2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정식집에서 A 씨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직전 소방정감 승진 인사에서 박사 학위 취득에 필요한 대학원 수업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돼 탈락했는데 이를 해결해달라”고 하면서 현금 3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그러자 A 씨는 “고생한 것 알고 있다.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를 풀어주겠다”며 청탁을 수락하고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 전 청장은 최 전 차장의 소방정감 승진 발표일 직전 ‘생색’을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 전 청장은 6월 24일 최 전 차장에게 내부 인사 정보인 소방정감 승진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서 “안 해주려고 하더라고. 내가 청와대 인사비서관 B 씨에게 ‘영원히 은혜 안 잊도록 이야기할 테니 좀 살려 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 사람(B 씨)은 꼭 한번 찾아가세요. 내가 그분에게 승진을 싹싹 빌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한테 알아서 좀 해 주시고”라고 말하는 등 뇌물을 다시 요구했다.

뇌물을 쓰면 청와대 인사청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최 전 차장은 승진 이후인 8월 A 씨를 다시 만나 향후 소방청장 승진까지 염두에 두고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차장은 청탁을 들어준 데 대한 감사 인사와 앞으로 소방청장 승진을 도와달라는 청탁 명목으로 A 씨에게 200만 원을 추가로 건넸다.

최 전 차장으로부터 총 500만 원을 받은 A 씨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해경왕’으로 불리는 등 실세로 통했는데 해경 뿐 아니라 소방청 인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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